<포럼>‘情報보호’업무, 한 부처로 통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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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인/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지금까지 필자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 분장(分掌)의 주요 쟁점이 케이블TV 방송사업자 관련 정책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주파수 정책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정책 기능도 그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임을 알게 됐다. 여야의 정부조직 개편안 잠정합의문에 따르면, 정보 보호는 미래부가, 개인정보 보호는 방통위에서 각각 맡는 것으로 돼 있다. 이러한 업무 분장은 개인정보 보호를 정보 보호와 별개의 개념으로 구분하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5년 간 보도된 대형 개인정보 누출사고 17건 중 현대캐피탈, SK컴즈, 넥슨, KT 등 14건이 해킹 등의 기술적 수단을 이용, 인터넷에서 이뤄졌다. 이처럼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은 대부분 해킹과 같은 네트워크 침해 사고에 의해 발생한다. 또 개인정보 유출은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과 피싱의 첫 단추가 되기도 한다. 많은 사이버 공격이 개인정보 유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사이버 공격을 위해 개인정보 유출이 시도되고 있는 현실에서 동전의 앞뒷면 같은 두 분야를 분리하겠다는 발상은 비현실적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암호화나 데이터베이스 보안과 같은 기술적 정보보호 조치들을 취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의 정보보호 관리가 체계적으로 운영·관리되고 있음을 국가가 공인하는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제도의 평가 항목에 개인정보 보호를 포함시킨 것 역시 정보보호와 개인정보 보호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반영한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대형 정보보호 침해 사고들로 개인정보 보호와 소비자 보호는 전 세계적 차원의 시대적 화두가 됐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 위치기반 서비스 등 인터넷 신산업을 포함한 모든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연구·개발(R&D)이 정보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고려 위에서 이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보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가 ICT 산업 경쟁력의 필수 요소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ICT 산업 정책과 정보 보호정책 및 개인정보 보호정책은 통합 운영해야 한다.

결국 미래부와 방통위가 ‘정보(情報)’ 보호 업무를 나눠 맡게 되면 개인정보 침해 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일관된 대응이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러한 업무 분장은 복수 부처의 중복 규제로 인한 혼란이 있을 수 있고, 관련 서비스 및 산업 활성화의 저해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방통위가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추진할 경우에도, 예방 차원의 기술적인 조치 관련 정책을 맡은 미래부와의 협력 없이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런 만큼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은 떨어지고 사업자와 국민의 혼란과 피해만 더 가중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ICT 산업 발전은 물론 소중한 개인정보의 유출로 인한 국민의 고통과 피해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ICT 산업계가 그토록 염원하던 ICT 전담부처 설립이 무산됐음에도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은 미래부라는 청사진 때문이었다. 미래부가 비록 ICT만 다루는 건 아니지만, ICT 관련 기능을 하나의 부처에 집중하면 지난 5년 간 기능 분산으로 약화된 ICT 산업의 부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무지하고 정치적인 결정으로 인해 ICT 산업이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을 도외시한 여야 간 정치 소모전의 희생양이 돼 다시 지난 5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ICT 산업계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미래부가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 보호 기능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정보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는 함께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