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근현대 철학 대가들의 ‘본질 찾기’

히치하이커의 철학여행 / 이진경 지음 / 휴머니스트

저자는 책을 통해 근현대 철학 대가들이 펼치는 논쟁을 픽션 형태로 재구성했다. 책 제목대로 히치하이킹은 일상에서 탈주했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저자는 매력적인 모험이 따르는 히치하이킹이라는 행위를 통해 철학의 본질을 묻는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복제인간이 지닌 이성과 인간의 이성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따지고, 이솝의 우화 철학과 베이컨, 로크 등의 경험주의 철학을 엮어낸다. 독일관념론의 대표 철학자들인 칸트, 헤겔, 포이어바흐 등이 각각 로봇을 움직일 수 있는 절대이성이 무엇인지를 논쟁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는 후설과 프로이트, 니체의 이론을 빌려 지킬 박사의 혐의를 추론해낸다. 낯선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근현대 철학이 탐구한 질문과 논증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오늘, 여기의 문제를 새롭게 사유하는 영감과 논리적 치밀함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지금 시대는 정보와 지식이 흘러넘치고, 그 네트워크를 통해 상식 이하의 것들에 대해 상식적인 판단들이 대중적으로 공유되는 시대이며 생각 없이 행동하게 될 가능성이 유례없이 확대된 시대”라고 말한다.

그는 “지극히 현실과 무관해 보이는 고귀한 철학조차 사실은 현실적인 삶에 어느새 강림해 우리의 사고, 행동, 삶을 휘저어 놓는다”며 그의 소신인 일상속의 철학을 강조했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