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부터 회화까지… 걸작속에서 만난 ‘개의 이미지’

그림속의 강아지 / 스테파노 추피 지음, 김희정 옮김 / 예경

스페인 궁정화가였던 고야가 청각을 잃고 만년에 시골서 1820년경 그린 ‘개’는 어두운 화폭 위로 머리를 쳐든 개 한 마리뿐의 그림이다. 영국화가 윌리엄 터너의 1841년경 수채화 ‘난파 후의 새벽’에도 적막한 해변에서 개 한 마리가 홀로 허공을 향해 짖고 있다.

오랜 세월 인간과 끈끈한 교감을 나눠온 개는 미술품에도 자주 등장한다. 개가 인간의 좋은 친구이자 ‘예술가의 절친’이었던 것이다. 기원전 고대 그리스 도기, 이집트 조각부터 19세기 프랑스 인상파 회화, 일본 우키요에(浮世繪) 및 21세기 제프 쿤스의 조각으로도 개를 만날 수 있다. 왕, 귀족의 옆에 서 있는 모습부터 사냥터에서 표범을 공격하는 거친 모습까지, 회화 벽화 조각 속 개는 그저 동물이라기보다 인간의 동반자 같은 존재다.

이탈리아 저술가가 집필한 이 책은 미술사 거장들의 작품 속 개의 이미지를 통해 사람과 개가 함께해 온 관계를 짚어낸다. 기원전 미술에는 날카로운 이의 개 등 공격적 면모가 두드러지는 반면, 헬레니즘시대 이후 반려동물로서 친근하고 충직한 개가 묘사되기 시작했다. 폼페이 유적에 남아 있는 ‘개조심’이라는 모자이크 장식을 통해서도 도심서 사람과 더불어 살았던 개의 위상을 읽어낼 수 있다.

개를 즐겨 그린 16세기 티치아노는 몰티즈, 몰로세르, 그레이하운드, 스패니얼 등 다양한 개를 초상화, 풍경화에 담아냈다. 중세후기에는 그림만 봐도 개의 종을 구별할 수 있을 만큼 묘사가 정교했다. 당시 사냥, 수의학에 대한 학술서가 발달하면서 화가들의 묘사가 한결 섬세해졌기 때문이었다. 바로크시대, 18세기 미술의 경우, 특히 영국 스페인에서 궁정의 공식초상화에 개가 등장할 정도로 존재감이 높았다.

책 속 시대별 개그림의 변화와 더불어 미술사의 흐름을 정리해볼 수 있다. 15세기 얀 반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16세기 브뤼겔의 ‘눈 속의 사냥꾼’, 17세기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19세기 쇠라의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등 유명한 서양미술사 걸작이 작품 속 개의 이미지와 더불어 새로운 감동을 전한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