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풀과 나무를 찾아가는 ‘산책의 여정’

숲의 인문학 / 김담 지음 / 글항아리

책은 한 소설가가 지난 2007년 가을부터 지난해까지 강원 고성 인근의 숲과 교감한 내용을 담았다. 간단히 말해 집과 숲을 오가는 산책에서 어떤 생명을 만났고 무엇을 관찰했는지를 일기처럼 기록하고 에세이처럼 감상했다. 그런데 표현이 재미있다. 이 산책길은 “산골짜기 배추농사에서 약을 두 번이나 치고 콩나물국에 미원을 풀어 넣는 시골 어른들의 변화된 삶에 대한 허탈감” “고욤나무를 기어 올라가고 성동격서 식으로 살모사를 따돌리는 타잔의 모험”이란다.

강원도 사투리인지, 의성어 의태어인지 알기 힘든 단어들이 날것으로 드러나는 점도 흥미롭다. “작벼리에 짐승이 매닥질 친 흔적”이라든지 “나뭇가지와 줄기들이 에넘느레하게 흩어져 있었다” 등이 대표적이다. 신기한 점은 단어만 보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것 같지만 눈을 감으면 대충 무슨 그림인지 그려진다는 사실이다.

문장의 특이한 호흡 역시 눈에 띈다. 물 흐르듯 잘 나가다가 갑자기 나타난 단문이 흐름을 끊는 경우가 다반사다. 마치 산길을 오르는 것처럼 호흡 조절을 해가며 읽어야 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불친절한 처사다. 프로 글쟁이로 살아온 저자가 어설픈 실수를 저질렀다고 보기는 힘들 터.

일부러 다듬지 않음으로써 자연을 나타냈다고 봐야 합당하다. 풀과 나무를 찾아가는 산책의 여정과 글이 맞닿아 있는 셈이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