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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3년 03월 18일(月)
물가안정에도 공헌하는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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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서울대 경영대 교수·경영학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경기부양을 위한 대책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필자는 금융위기가 끝나면 인플레이션 위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을 한 적이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필사적으로 공급한 유동성이 경기가 회복될 때에는 몇 배 빠른 속도로 경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 간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금융 부문의 불안정성이 부각되면서 주식회사에 대한 새로운 대안에 대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금융과 보험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5인 이상만 모이면 출자금 제한 없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해외에서도 협동조합은 산업혁명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한 대기업에 대항하기 위해 19세기 초부터 형성됐으며, 가장 보편적인 생산조합과 영국의 소비조합, 그리고 독일의 신용조합이 그 대표적인 예다.

협동조합은 주주의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주식회사와는 달리, 1인 1표의 의결권을 바탕으로 조합원 서로가 경제·사회·문화적으로 상부상조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협동조합이 되려면 조합원 개개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하기 시작한 협동조합들의 성공뿐 아니라 이를 통해 물가안정까지 추구하고 있다. 언뜻 보면 조합원과 시장 모두가 윈윈하는 이상적 대안 같지만, 이런 효과를 창출하는 일과 그 효과를 장시간 지속시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먼저 가장 대표적인 협동조합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경우부터 생각해 보자. ‘오렌지 주스’ 하면 떠오르는 미국 ‘선키스트’는1893년 미국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주에 있는 6000여 오렌지 재배 농가가 만든 대표적인 생산 협동조합이다. 중간 도매상이 이익을 지나치게 챙기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 생산·판매·유통을 하려고 만들었다.

대표적인 소비 협동조합으로는 미국 하버드대 최대 규모의 서점인 ‘협동조합’(The Coop)을 들 수 있다. 하버드 협동조합 서점은 비싼 전공 서적과 학습 도구를 값싸게 구입하기 위해 1882년 학생들이 1달러씩 출자해 세웠다. 조합원 출자금은 1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달러이며 교직원과 졸업 동문들도 1달러만 출자하면 언제라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조금 특이한 형태로는 1899년 창단한 유럽 명문 축구클럽 FC바르셀로나 역시 17만 명의 조합원이 출자금을 내서 구성한 협동조합이다. 현재 약 20만 명에 가까운 회원을 가지고 있지만, 연간 28만 원 정도의 조합비를 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FC바르셀로나는 유니폼에 비영리재단인 유니세프 이름을 새기고 구단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기도 한다.

위에서 예로 든 협동조합에는 세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조합원 출자금을 최대한 낮춰서 문호를 철저히 개방했다. 둘째, 참여하는 모든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장시간 지속적으로 제공했다. 셋째, 협동조합의 운영에 있어서 원칙과 투명성을 철저히 지켜왔다. 바로 이런 세 가지 원칙이 지켜졌기 때문에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 이처럼 성공할 수 있는 협동조합들이 만들어진다면, 비록 모든 국민이 해당 협동조합 회원이 되지는 못할지라도, 전체 시장(市場)에 대해 매우 강력한 견제 세력이 될 수 있다. 매우 개방적이고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소수의 협동조합들만 있어도, 수많은 일반 민간기업들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즉, 소수의 개방적인 협동조합들이 시장 전체의 물가를 내릴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들과 건전한 경쟁을 유발하는 전체 경제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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