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美의 아시아외교 흐름을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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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3-03-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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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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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국제부장

세상의 많은 일들은 순풍을 탈 때 의외의 힘을 얻고 역풍을 만날 때 어려워진다. 국가간 관계나 외교도 마찬가지다. 슈퍼파워 미국의 외교가 변할 때 그 방향을 타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역행할 경우 갈등이 커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말기에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대북정책에서 충돌하며 시련을 겪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운이 좋은 편이다. 취임을 전후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중시 외교를 본격화하며 북한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아시아 재균형’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등의 용어를 쓰며 아시아중시론을 피력해왔다. 아태지역의 핵심 이슈는 무엇보다도 한·미동맹과 북한문제다. 경제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점점 근육을 과시하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어떻게 관계설정을 하며 전략적 이해관계를 조정할 것인지가 오바마 집권 2기의 핵심사안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건강보험 문제 등에 치중하느라 북한 문제 등에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이제 재선 대통령으로서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움직임이다.

이런 측면에서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1일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북한의 위협에 굴복해 지원하거나 대화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변화를 거부할 때엔 계속 제재를 하겠다”고 말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미 정부관계자는 이 발언에 대해 “오바마 2기 대북정책의 원칙을 밝힌 중요한 연설”이라고 말했다. 도닐런의 발언은 일차적으로 북한을 겨냥한 것이지만, 한국의 신정부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워싱턴 안팎에서 적지않은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박 대통령의 외교가 성공하려면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 외교전략에 적극 부응하면서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하고 대북정책 공조를 추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대북정책 차별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이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다진 강력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북핵해법을 마련하는 게 현명한 길이다. 그러기 위해선 대선 때 제시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축이라는 원론을 강조하며 북한에 유화적 사인을 보내는 데 주력할 게 아니라,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맞서 한·미동맹을 어느 수준으로 강화할지에 대한 로드맵부터 마련해야 한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가 처음 제기해 점점 공론화하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 문제나 전시작전권 전환 전면 재검토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입장 정리는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다. 이에 대해 오바마 1기 백악관에서 핵비확산담당 보좌관으로 일한 게리 새모어 하버드대 벨퍼국제센터 사무총장은 최근 방한 때 “한국민이 원할 경우 미국 정부는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미 여론은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여론조사 결과 전작권 전환 반대는 51.4%, 전술핵 재배치 지지는 67%에 달했다.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 외교에 적극 부응하며 한·미동맹 강화 외교를 통해 북핵해법을 마련할 경우 박근혜 시대는 한반도 문제 해법을 마련한 시기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또한 취임 초 이미 노벨평화상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유산이자 업적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한·미 모두에 좋은 방안이기도 하다.

muse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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