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앤 조이>“김민희·손예진 최고지만 내 이상형 아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모델 출신답게 체구가 늘씬하다. 겉모습에선 진한 남성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왜 여자에게 괴롭힘 당하고 얻어맞을까?

21일 개봉된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 찌질한 남자, 사랑 탓에 감정을 주체 못하는 동희를 연기한 이민기(28)를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오싹한 연애’(2011년) 이후엔 멜로보다는 남자 배우들과 함께 하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남성적인 영화에 캐스팅되기를 마냥 기다릴 순 없었고, 마침 ‘연애의 온도’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마음에 쏙 드는 거예요. ‘신세계’ 같은 느와르풍의 영화 출연은 30대로 접어들어야 가능할 것 같고, 반대로 멜로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출연하기 어렵잖아요. 기회 있을 때 작품 장르를 가리지 말고 참여하자고 생각했죠.”

멜로 영화 출연엔 보너스(?)가 주어진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성 연기자와 호흡을 맞출 수 있다. 이민기는 ‘오싹한 연애’에선 손예진(31)과, 그리고 ‘연애의 온도’에선 김민희(31)와 스킨십을 주고받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둘 중 누구에게 더 기울까?

“예진 누나, 민희 누나는 모두 저보다 3살 많아요. 예진 누나는 의외로 털털하고, 민희 누나는 참 여성스러워요. 두 분 모두 훌륭한 연기자고 배울 점이 많죠. 그런데 두 분 모두 연애하고 싶은 이상형은 아니예요. 배우가 배우와 연애한다는 것은 부담스런 일이잖아요.”

‘연애의 온도’는 직장 동료들 몰래 비밀 연애를 하는 동희와 영의 이야기다. 둘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달달한 애정행각을 펼치다가도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처럼 싸운다. 환상을 자극하는 영화 속의 러브 스토리가 아니라 지극히 솔직한 연애의 현실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에선 잘 생기고, 순수한 감정을 지닌 인물이 나오지 않아요. 내 옆에 있을 것 같은 사람이 나오고, 내가 겪을 수 있는 상황을 다루고 있죠. 그렇기에 영화를 보시는 관객 분들은 폭넓은 공감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동희는 영과 헤어진 뒤 “미친X”이라고 말한다. 또 빌려준 노트북을 돌려달라고 비아냥거린다. 유치한 싸움이자 복수. 그런데 요즘의 세태와 딱 맞아떨어진다.

“헤어졌으니 물건을 돌려달라 에이, 남자가 체면이 있지. 말도 안 돼죠. 저와 동희는 성격이 정반대예요. 하지만 촬영작업을 하면서 동희가 부러웠어요. 찌질한 구석이 있지만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인물이기 때문이죠. 전 감정을 누르는 편이거든요.”

결별한 뒤 맞이한 첫 회식자리. 술 취한 동희와 영은 격투를 펼친다. 동희는 영에게 따귀를 얻어맞는다. 둘은 욕설을 내뱉고 머리채를 휘어잡은 채 싸운다.

“그 장면은 거의 애드리브로 촬영했어요. 시나리오엔 동희가 우왁스럽게 덤비는 것으로 돼 있었죠. 그런데 노덕 감독님이 동희는 부드럽게 싸워야 한다고 수정하셨어요. 안 그러면 정말 나쁜남자가 된다면서요. 그래서 동희가 더 당했다는 느낌이에요. 어쨌든 민희 누나와 즉흥적인 리액션을 잘 주고받았는데, 어느 순간 ‘민희 누나가 나 괴롭히는 걸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민기는 연애 영화가 단골(?)이다. 그렇기에 사랑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을까 사랑을 정의해달라고 부탁하자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알쏭달쏭한 말을 꺼냈다.

“항상 원하는 것, 하지만 정확하게 뭘 원하는 지 모르는 것. 그것이 사랑 아닐까요.”

이준호 기자 jh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