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수렁에 빠진 10代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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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거주하는 A(18) 군은 고교 재학 중이던 지난 2011년 처음으로 사설 스포츠토토를 경험하게 됐다. 재미삼아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도박에 깊이 빠져들게 됐고 이후 학교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방과 후에는 PC방을 드나들며 불법 도박을 즐겼다. A 군은 불과 몇 달 만에 수백만 원의 돈을 날렸고 학교 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해 2011년 말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학교를 그만두면서 시간이 많아진 A 군은 더욱 깊이 도박에 빠져들게 됐고 결국 지난해 말 주변의 권유로 관련 상담센터를 찾았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에까지 손을 대는 10대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B(18) 군은 사설 스포츠토토에 베팅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한 인터넷 중고물품 사이트에 ‘중고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는 거짓 게시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해온 25명으로부터 380여만 원을 송금받아 가로챈 혐의로 지난 18일 경찰에 검거됐다.

C(18) 군 역시 지난해 8월 친구 6명과 함께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수도권 일대 찜질방을 돌아다니며 상습적으로 스마트폰을 훔치다 경찰에 구속됐다.

성인들에 비해 죄의식이나 판단력이 아직 부족한 10대 청소년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통해 불법 도박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불법 도박을 경험한 203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 경험자의 10.8%인 22명이 10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불법 도박 경험자 10명 중 1명은 10대 청소년인 셈이다.

특히 이 수치는 지난 1년간 합법적인 도박을 즐긴 경험자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6.2%인 것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런 현상은 아직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10대 청소년들의 경우 합법적인 도박보다 인터넷 도박사이트 등을 통한 불법 도박에 더 쉽게 노출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행산업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 보급과 함께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탕주의 등이 유행하면서 도박을 접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청소년 도박 중독 예방을 위한 단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