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중원의 지배자’ 군림한 ‘변경의 오랑캐’ 만주족

만주족의 역사 / 패멀라 카일 크로슬리 지음, 양휘웅 옮김 / 돌베개

최근 수년 새 만주족과 그들의 역사·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자들 사이에서 만주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는가 하면,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류승룡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 ‘최종 병기 활’에서 만주어로 대사를 해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동북아시아의 문화 전통을 계승해온 만주족의 기원과 정체성, 그리고 흥망성쇠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의 한국어판 출간은 반갑다. 책은 ‘변방의 민족에서 청 제국의 건설자가 되다’는 부제가 말해주듯, 특히 동북아시아 변경에 머물러 있었던 만주족이 어떻게 중원의 지배자가 됐는지를 살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책에 따르면 만주족은 중국 동북 지역, 시베리아와 한반도 북부 지역 등에서 말갈(靺鞨), 물길(勿吉), 여진(女眞) 등으로 불리다가, 17세기 왕조의 건설과 함께 국가적인 차원에서 자신들을 ‘만주(滿洲)’라고 지칭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오랜 시간 동북아시아 변경의 맹주로 군림하다가 누르하치에 의해 중원 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마침내 청 제국의 지배자가 된다. 만주족의 역사는 한반도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책은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도 적잖은 도움을 준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