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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3월 29일(金)
봉건제론, 日 우월 의식의 근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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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역사관을 비판한다 / 미야지마 히로시 지음 / 창비

1867년 메이지(明治)유신으로 성립된 근대 일본국가가 나라의 정통성을 확립하는 한 가지 수단으로 만든 게 바로 ‘국사(國史)’였다. 대일본제국헌법(1890년 발효)의 제정부터 러일전쟁(1904∼1905) 사이의 시기에 성립된 일본 ‘국사’의 근저에는 각각 ‘일본민족’의 독자성을 나타내는 근원인 천황제와 일본의 특수성(즉 유럽과의 유사성)을 강조하는 봉건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봉건제는 군현제에 의해 통치된 한국·중국 등과 비교되며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우위를 주장하는 배경이 됐다. 여기서 봉건제는 중국 고대나 일본 도쿠가와(德川)시대까지의 봉건제와는 다른 개념, 즉 서구의 역사를 파악하는 개념으로 사용되던 ‘feudalism’의 번역어로서의 봉건제를 말한다.

일본인 한국사 연구자인 저자(65·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는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집중조명한 새 책에서 “일본의 역사를 서구와 유사한 것으로 이해하려는 이 같은 인식을 이른바 역사인식에 있어서의 ‘탈아입구(脫亞入歐)’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1900년쯤부터 일본사에서 탈아입구의 중심어가 된 것이 봉건제였으며, 이는 일본 역사의 미화뿐만 아니라 일본의 한국과 중국에 대한 침략과 지배를 합리화하는 역할까지 하게 됐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2부 11장으로 구성된 책에서 제1부는 일본 ‘봉건제’론 문제를 대상으로 한 글들이, 제2부는 일본 역사학계의 유교인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논고들이 각각 중심을 이루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 역사학계에서는 보수와 진보 진영을 막론하고 봉건제의 존재를 통해 일본과 서구의 유사점을 찾으려는 담론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지금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본 중세사가인 이마타니 아키라(今谷明)가 2008년 펴낸 ‘봉건제의 문명사관:근대화를 가능케 한 역사의 유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저자는 일본에서 이런 담론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를 서구에 대한 열등의식과, 그리고 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아시아, 특히 한국과 중국에 대한 우월의식에서 찾는다.

일본을 통해 서구와 근대의 영향을 받아들인 일제강점기 한국에서도 조선 ‘봉건제’론 주장이 등장했다. 카를 마르크스가 제시한 세계사의 기본법칙에 맞춰 한국사를 도식적으로 해석한 백남운의 연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19세기 서구 중심의 세계체제가 근본적인 재편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서 낡은 ‘봉건제’ 패러다임의 극복과 이를 대신할 새로운 동아시아 역사상의 구상이 통절하게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제2부에 수록된 글에서 저자는 봉건제 못지않게 일본 역사학계의 유교 인식의 문제점을 파헤친다. 유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동아시아에 대한 일본의 우월의식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에게서부터 비롯됐다. 이는 전후 계몽사상가로 활약한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의 유교(주자학) 이해로 이어졌으며, 한국에도 영향을 미쳐 이른바 ‘유교망국론’이 등장하게 됐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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