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뒤주·고무신… 옛 물건이 품은 추억 엿보기

오래된 물건과 속닥속닥 / 이정란 지음 / 에르디아

같은 물건이라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쓰레기가 되기도 하고 보물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마치 원효대사의 해골물 일화를 떠올리게끔 하는 이 같은 이야기를 관찰기처럼 풀어놓는다. 옛 물건에 스며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끄집어내거나 생활 속에서 그 물건들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쉽게 풀어내는 식이다. 이를테면 바가지를 보고 뻥튀기 아저씨가 곡식을 힘차게 튀어내는 장면, 정월 대보름 날 훔친 밥을 비벼먹었던 기억을 추억해낸다. 그러고는 그 옛날 표주박에 약수를 담아 버드나무 잎 한 장 띄워주던 정취를 요즘 약수터에서 느끼고 싶다고 현재의 의미를 끌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총 3장으로 이뤄진 책은 나름의 용도에 따라 물건을 분류한다. 1장에서는 반닫이, 뒤주 등 실용성과 더불어 장식적인 요소가 큰 옛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2장에서는 고무신, 버선 등 우리 몸에 직접 닿는 전통 실용품을 이야기하고 3장은 소반, 시루 등 생활 곳곳에서 사용 빈도가 높았던 친근한 옛 물건 이야기를 담는다.

또 베테랑 사진기자의 사진으로 물건의 매력을 극대화한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구석구석 숨어 있는 물건에 렌즈를 가까이 붙여 쉽게 지나쳐 버리는 ‘무늬의 정취’까지 세심하게 담았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