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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4월 05일(金)
CIA, 정보 얻기위해 목숨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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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의 기술 / 헨리 A. 크럼프턴 지음, 김홍래 옮김 / 플래닛미디어

007 영화 속의 제임스 본드를 연상케 하는 첩보원의 과장된 영웅담도 아니고 정보기관의 비열하거나 음험한 음모를 고발하는 책도 아니다. 저자는 미 중앙정보국 국가비밀활동부에서 24년 동안 재직했던 베테랑 첩보원 출신. CIA 재직시절 주로 분쟁국에 거주하며 정보업무를 수행했으며 9·11테러 후에는 아프가니스탄 공작을 담당하는 책임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양지로 나와 특사지위의 대테러담당 조정관을 맡아 외교가에서 활동하다 지금은 은퇴한 뒤 경영자문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책에는 CIA 요원들이 전세계에서 벌이고 있는 포섭, 정보수집, 공작의 방법 등이 제법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스물세 살의 나이에 CIA에 들어간 저자가 직접 경험을 통해 털어놓는 실제의 이야기들이다. 소개되는 포섭과 공작의 사례는 흥미진진하다. 특히 적대국가에 침투해 정보를 제공할 고급 정보원을 포섭하거나 외국지도자들의 투숙 호텔에 도청장치 등을 설치하는 과정 등은 마치 첩보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CIA 요원들이 순전히 돈 때문에, 정치적 신념 때문에, 저지른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정보를 넘겨줄 만한 사람들을 물색하고, 접촉하고, 회유해 정보원으로 삼는 과정 등이 세밀하게 소개돼 있다.

또 CIA가 해외에서 펼치는 공작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등도 실제 사건과 경험을 통해 실감 나게 다루고 있다. 9·11테러를 비롯한 수많은 테러와 국제적 분쟁이 발생한 직후, 미국의 정보당국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오고 갔고, 어떤 전략이 세워졌으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렇다고 저자가 정보기관 내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흥미위주로만 풀어가는 건 아니다. 책에는 정보업무를 하면서 저자가 겪었던 성취감과 갈등은 물론이고 올곧은 신념으로 정보를 넘겨줬던 정보원에게서 느꼈던 감동 등이 버무려져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베테랑 첩보원이 자신이 수행했던 첩보 업무를 되돌아보는 자전적 에세이쯤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저자가 이 책을 펴낸 의도는 폭로나 흥미가 아니다. 전쟁의 양상이 바뀌면서 정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에게, 국민들에게 정보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알리겠다는 게 저자가 이 책을 펴낸 목적이다. 정보원의 임무수행을 한쪽에서는 애국심으로 무장한 위대한 영웅적 초상으로 평가해주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심문기법이나 비밀공작에 대한 의심과 혐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저자는 이런 상반된 인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CIA가 수행하는 정보 업무를 있는 그대로 소개해서 국민과 지도자들의 이해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나저나 책에서 저자가 회고하는 북한 외교관과 관련된 흥미로운 내용 중 한 대목. “내가 (포섭을 위해) 만난 북한 외교관들 중에서 개인적 용도든 재판매의 목적이든 포르노를 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마다 북한 외교관들에게 포르노를 구해준 저자는 ‘북한 사람들의 성적 감흥’을 위해 미국국민의 세금을 썼던 셈이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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