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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4월 05일(金)
개발은 통치를 위한 정치적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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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역설:왜 개발할수록 불평등해지는가 / 필립 맥마이클, 조효제 옮김/교양인

“경제성장과 빈곤이 함께 나타나는 개발의 역설은 다음과 같은 사실, 즉 세계인구 중 상위 10%의 부유층이 전 세계 소득의 50%를 차지한다는 사실과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성 영양실조 상태에서 신음하게 만드는 먹을거리 위기 상황과 같은 사실로 명백히 입증된다.”

20세기 중반 이후 지구촌 사회에서 나라와 인종, 이념을 초월한 유일무이한 정치·경제적 화두는 개발이었다. 개발은 ‘다 함께 잘사는 세계’를 이루기 위한 경제성장을 의미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미국 코넬대 교수이자 국제 개발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저자는 책에서 우리의 기대와 달리, 개발이 도리어 전 세계에 불평등과 빈곤을 확산시켜왔다고 역설한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8%에 달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인 인도에서 2010년 현재 다섯 살 미만의 어린이 가운데 거의 절반에 가까운 아이들이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는 것.

1996년 초판이 나온 이래 2012년 5판이 나올 정도로 개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아온 책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계를 움직여 온 정치·경제적 흐름을 개발이라는 관점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스스로 근대적 발전의 표준국가가 된 미국과 전후 ‘개발 프로젝트’의 총아로 부상한 한국, 세계의 공장 중국, 라틴아메리카의 자원 민족주의를 선도하는 베네수엘라 등 개발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사례가 풍부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역사적으로 개발은 ‘통치를 위한 정치적 기획’으로 동원됐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이런 전제 아래, 저자는 지난 200년의 근현대 세계사를 개발이란 관점에서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 지배 프로젝트’부터 20세기 중반 등장한 ‘개발 프로젝트’, 1980년대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지구화 프로젝트’, 21세기에 대안으로 등장한 ‘지속 가능성 프로젝트’로 나눠 살피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1980년대 이전 국가가 중심이 돼 진행한 공적인 프로젝트였던 개발이 지구화 프로젝트 단계에선 민간(시장)이 추진 주체로 바뀌어 지난 20여 년간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부분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꿔 놓았다. 그러나 국가를 시장의 종으로, 시민을 상품 소비자로 전락시킨 지구화 프로젝트는 2000년대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금융 위기, 2007년부터 2008년 사이 이탈리아·인도네시아·멕시코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휩쓴 식량폭동, 기후변화 등으로 수명이 다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섬뜩한 경고의 나열로만 끝나지 않고, 인도 히말라야 중앙지대에서 펼쳐진 ‘칩코 운동’ 같은 풀뿌리 환경 저항 운동이나 탈성장·제로성장 같은 대안 운동 및 이론을 소개하고 실현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1960∼70년대 한국의 경제개발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으로 대표되는 빈곤층 소액대출 사업(미소금융)이 악덕 사채업으로 변질되는 상황에 대한 비판도 눈길을 끈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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