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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4월 05일(金)
정복과 착취 그리고 공존… ‘아마존의 5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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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존 헤밍 지음, 최파일 옮김 / 미지북스

세계 최대의 강 아마존. 총연장 7483㎞에 이르는 길이뿐만 아니라 엄청난 수계(水系)를 거느리고 있는 강이다. 아마존 강 하나는 지구상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모든 강물 수량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을 바다에 쏟아낸다. 690만㎢에 이르는 아마존 분지의 면적은 미국의 4분의 3, 한국(남한)의 70배 규모다. 이 땅 거의 전부가 강과 숲으로 이뤄져 있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생물들은 또 어떤가.

전 세계 동식물 종의 30%가 아마존에서 살아가고 있다. 전 세계 민물 어류의 30%(3000종), 81종의 영장류(그중 69종은 아마존에만 서식), 427종의 포유류(그중 173종은 아마존에만 서식), 406종의 양서류(그중 348종은 아마존에만 서식), 1300여 종의 조류, 그리고 수백만 종을 넘어 어림조차 불가능한 곤충과 미생물의 보금자리가 아마존 일대다. 이 정도면 아마존이 지구 생태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 같은 아마존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있다. 그 역사는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기 1500년을 기점으로 아마존은 그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바로 유럽인들의 신대륙 발견이다. 아마존에 최초로 도착한 유럽인은 1500년 에스파냐의 비센테 야네스 핀손이었다. 그는 아마존 강 어귀를 탐사하던 중 원주민 부족과 맞닥뜨려 전투를 치렀다. 후일 브라질을 차지하는 포르투갈인들은 야네스 핀손보다 몇 달 늦게 아마존에 상륙했다.

이 책은 아마존의 거의 모든 역사를 다루고 있다. 유럽인에 의한 아마존 정복의 역사를 비롯, 개발과 환경 파괴의 역사, 원주민 수난과 권익 운동의 역사까지 망라한다. 아울러 자연과학·고고학·인류학에 의한 아마존의 재발견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아마존을 ‘지극히 사랑하는’ 저자는 50여 년 동안 아마존을 탐험하고 연구한 결과를 이 책으로 집대성했다. 저자는 아마존 연구에 관한 공로를 인정받아 브라질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여기서 잠깐, 영국 정치가 윈스턴 처칠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아마존 원주민들에 대한 유럽인들의 잔혹한 처사에 대해 “인류 역사에서 그렇게 적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그렇게 크나큰 해를 끼친 적도 없었다”고 했다. 불과 몇천 명의 유럽인들이 아마존 강 본류와 그 지류 주변으로 수천 ㎞에 걸쳐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인간들을 점진적으로 말살했던 것이다.

유럽인의 도래 이후 아마존 원주민들은 그야말로 ‘잔혹의 시대’를 살아야 했다. 초기엔 낯선 이방인들의 총포와 금속 날에 맞서 싸웠다. 이후 제국주의 국가들의 쟁탈전 시기엔 총포 외에도 그들이 구사하는 분할·통치 전략에 말려들어 이방인들과 한편이 돼 이웃 부족을 학살하고 노예화하는 데 첨병 노릇을 했다. 선교사들은 원주민을 숲과 강둑에서 끌어내 선교 마을에 정착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원주민들은 전통을 박탈당하고 이방인들이 가져온 병원체에 노출돼 떼죽음을 당했다. 잔혹의 절정은 아마존에 고무 붐이 일던 시기(19세기 말∼20세기 전반)였다. 원주민들은 고무나무가 자라는 곳이면 어김없이 노예 노동자로 편입됐고, 모든 인권을 박탈당한 채 혹사 끝에 죽거나 칼에 죽임을 당했다.

이후에도 아마존에 대한 인간의 약탈과 파괴는 끊이지 않았다. 저자는 이 모든 과정을 담담하게 전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아마존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얄팍한가를 절감할 수 있다. 특히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아마존을 단순히 오락거리로 접했던 이라면 낯이 붉어질 수도 있겠다. 그 같은 접근이 얼마나 천박한지를 깨닫게 될 테니까 말이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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