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경주 무덤서 발견된 로마기법 양식의 劍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황금 보검의 비밀 / 이종호 지음 / 북카라반

1973년 경주시내 대릉원 동쪽으로 계림로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무덤이 발견됐다. 발굴된 무덤 55기 가운데 계림로 14호 무덤에서는 국보급 보물 270여 점이 출토됐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유물은 바로 황금 보검이었다. 황금 보검이 왜 각별한 주목을 끌었을까. 황금 보검이 신라와는 전혀 관련 없는 듯한 로마 기법으로 제작됐고, 제작된 곳은 경주에서 무려 8000㎞나 떨어진 동유럽 트라키아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1500년 전에 로마 기법으로 제작된 황금 보검이 어떻게 그 먼 거리를 건너와 경주의 무덤에 묻힐 수 있었던 걸까. 5세기 유럽은 훈족이 군림하고 있었는데, 훈족과 한민족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과학과 역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해온 저자는 훈족의 이동로에서 발견된 고고학적 유물과 역사적 사실들을 분석해 훈족의 지배 집단 중 일부가 한민족일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책은 또 신라가 세계를 상대로 활발히 교류해 온 나라라는 점을 강조한다. 신라는 유럽의 패자인 로마제국과도 교류한 나라였던 것이다. 저자는 “유럽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다준 훈족이 한민족과 친연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책은 큰 틀에서 한민족의 시원을 찾아가는 대서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