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옛 선인들에게 ‘다스리는 법’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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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정치를 말하다 / 이중톈 지음, 유소영 옮김 / 중앙북스

중국의 고전해설가 이중톈 샤먼(廈門)대 인문학원 교수는 하나의 문화현상이다. 문학, 예술, 인류학, 역사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글쓰기를 통해 ‘신르네상스맨’이라는 이름을 얻었던 그는 2006년 중국 CCTV ‘삼국지’ 강의를 통해 폭발적인 대중적 인기를 모았다. 베스트셀러 저자, 인기 강연가라는 명성이 따라왔고 저작료 1억 위안에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의 갑부 47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성공담은 이중톈의 스타성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이 시대가 이중톈적 ‘통합적 가로지르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중톈 정치를 말하다’ 역시 이 같은 대중적 욕구를 정확하게 마주한 책이다. 이는 저자가 중국 일간지 징지관차바오(經濟觀察報) 등에 연재했던 칼럼을 모은 것으로 유가 묵가 도가 법가 등의 사상을 두루 살피며 ‘세상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한다.

이를 통해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혼란스러웠던 춘추전국시대, 지식인과 사상가들은 그 혼란을 어떻게 해석했고, 어떤 사회를 꿈꾸고, 어떤 대안을 찾았는지를 살펴본다. 이 같은 작업은 결국 이 시대 사람들에게 답을 제공한다.

이중톈은 옛 사상가들의 작업에 대해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는 사회적 위기에 직면했지만 그들은 황급하게 물 한 동이를 들고 뛰어다니지 않았다. 그들은 차분하게 생각했다. 왜 불길이 치솟았고 어떻게 화마의 근원을 없앨 수 있는가. 그들은 단순히 세상을 다스리는 기술(術)이 아니라 도(道)를 말했다”고 비유한다. 하지만 저자는 사상가들의 유산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들 사상가들 역시 당대에 ▲조급하게 눈앞의 이익을 도모하지 않았고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으로 양자택일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한 학파만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장 성공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가장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실패했다고 해서 유용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처럼 독자들에게 스스로 중심을 잡는 균형을 요구하지만 이중톈은 끊임없이 옛 선인들의 지혜를 이중톈 식으로 풀어내 쉽게 전해준다. “나라를 다스리고 제도를 설계할 때는 다수, 일반 평범한 사람이 기준이다. 한비는 정치란 보통 사람들을 겨냥한 것이며, 규칙 역시 보통 사람들이 대상이라 했다. 보통 사람을 겨냥하지 않으면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부리는 길을 잃게 된다.” “법으로 다스리고 덕으로 사람을 교육해야 한다. 도덕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는 없지만 사람을 기를 수는 있다. 법제로 사람을 기를 수는 없지만 나라를 다스릴 수는 있다. 그러니 상호보완을 할 수 있다.” “자신이 정의이며 다른 사람은 불의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정의는 결코 언제나 일정한 사람의 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특허권 독점권을 가질 수 없다.” 우리 시대가 새겨들어야 할 충고들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