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용산사업 좌초… 정부·서울시, 중재라도 해야죠

정부와 서울시는 왜 중재조차 꺼리고 있을까요.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역세권)개발사업이 ‘공공개발의 타이태닉호’가 되고 있는데 말이죠. 용산개발사업의 또 다른 축인 정부와 서울시가 ‘뜨거운 감자’를 피하려는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예고된 좌초를 바라보고 있는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코레일과 서울시에 대한 분노와 허망함은 더 높아지고 있고요. 한국 개발사업 사상 최대 참사로 기록될 위기에 처한 용산사업에 대해 정부와 서울시가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소리도 높습니다.

정부와 서울시는 용산사업의 주체는 아니지만 직간접적 책임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굳이 용산사업 좌초의 근원을 따지면 정부와 서울시의 개발 수혜 기대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지요. 어쩌면 ‘철도 적자 해소’와 ‘한강르네상스 완성’이라는 큰 그림을 위해 용산개발 반사이익을 간절히 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토교통부가 용산사업에 대해 현재처럼 ‘문전박대’했거나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혔으면 용산개발은 새로운 모습을 띠었겠지요. 또 애시당초 산하기관인 코레일의 철도운송사업과 부대사업 회계를 명확히 분리했으면 31조 원이라는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은 근본적으로 다른 형태로 추진됐을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 공기업의 자율경영에 관여할 수단과 명분이 없다는 국토부의 제3자적 태도는 구차합니다. 사업을 되살리려다 코레일이 재정 위기에 휘말릴 경우에 따라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으로 들리기 때문이지요.

서울시도 용산사업 좌초라는 책임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결과론적이지만 용산개발에 한강변 정비사업을 얹지 않았으면 지리멸렬했을지언정 현재만큼 꼬이지 않았겠지요. 또 도시기반 시설, 용적률 등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랐다면 용산사업은 좌초라는 현재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동반책임론이 나올까봐 적극 개입을 꺼리는 서울시의 현재 태도는 아쉬울 뿐이지요.

정부와 서울시가 용산사업에 적극 개입할 경우 사업 정상화 기대감을 부풀리는 측면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방관하면 더 많은 공력과 사회적 비용 낭비가 수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시위는 갈수록 확산될 것이고, 코레일과 민간출자사들의 책임 공방, 줄 소송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지요.

용산사업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좌초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또 코레일과 민간출자사들에 모든 책임을 전가해 퇴출시키기에는 사안이 너무 엄중하고요. 정부와 서울시는 용산사업에 직접 개입을 못하겠다면 적극적인 중재라도 해야 합니다. 용산사업은 연착륙이 반드시 필요하고, 헝클어진 실타래는 코레일이나 민간출자사보다 정부와 서울시가 풀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정부와 서울시의 지혜로운 해법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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