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에 담은 일상속 무용수 ‘눈부신 육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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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 조던 매터 지음, 이선혜·김은주 옮김 / 시공아트

이걸 그냥 ‘사진책’이라고 하는 건 정확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은 설명이겠다. 250여 쪽의 책 거의 모든 쪽에 잘 찍은 큼지막한 사진이 실려 있으니 사진집인 건 분명하지만, 기존의 사진작가들이 펴낸 책들과는 사진의 내용이나 지향이 좀 다르다. ‘대체 어떻게 다르다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답이 좀 길고 장황해진다.

책에 실린 사진에는 예외 없이 ‘주인공’이 있다. 모두 탄탄한 몸매의 남녀 무용수들이다. 그렇다고 공연 무대 위의 무용수를 담거나 춤의 아름다움을 담은 건 절대 아니다. 사진의 배경은 지하철역, 도서관, 사무실, 공원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 사진이 집중하는 건 이런 일상을 배경으로 평상복을 차려입고 포즈를 취하는 무용수들이다. 사진 속의 인물은 서커스 묘기를 연상케 할 정도의 난도 높은 정점의 무용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 드러내고자 하는 건 인물이 아니다. 사진이 담아낸 것은 날렵하고 깨끗한 선과 유려한 곡선으로 보이는 무용수들의 몸이다. 일상 공간을 배경으로 믿기 힘든 포즈를 취한 무용수들의 모습을 꿈, 사랑, 놀이, 탐험, 비통, 일, 생활 등 7가지 키워드로 담아냈다.

저자는 카메라로 무용수들의 날렵한 도약의 순간이나 텀블링 장면의 아름다움을 순간 정지 화면으로 잡아냈다. 인물의 포즈는 한껏 과장돼 있다. 붐비는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공중에 떠서 달리는 듯한 포즈를 취한 양복 차림의 남자가 있는가 하면, 거리에서 커피를 손에 들고 몸을 활처럼 휜 채로 점프하는 여자도 있고, 텀블링의 짧은 순간을 잡아내 꽃밭 위의 허공에 편안하게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도 있다. 이런 모습이 붐비는 출근길, 관중들로 가득 찬 경기장 같은 일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니 어찌 보면 뮤지컬의 한 장면을 담은 스틸컷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인 행위 예술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다 가장 비현실적인 동작의 사람을 들여놓은 사진이 만들어내는 건 독특한 미감이다. 사진의 색감 또한 화려하고 선예도는 뛰어나다. 사진 보정프로그램으로 리터치하지 않았다는 데도 그렇다. 이미지가 너무도 명료하고 선명하다보니 질감과 깊이, 혹은 사유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나 흐릿한 경계는 없는 듯하다. 책 속의 사진이 ‘작품’이라기보다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앞세운 세련된 ‘광고’를 연상케 하는 건 이 때문이다. 저자가 사진 한장 한장마다 광고 같은 카피를 제목으로 얹어서 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지하철역에서 양복을 입고 달리는 남자의 사진에는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환승하기’란 제목이 달려 있고, 상점가에서 쇼핑백을 들고 허리를 한껏 뒤로 젖힌 모습의 여자 사진에는 ‘주의: 과도한 쇼핑은 허리를 휘게 만들 수 있습니다’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책은 일상과 판타지가 뒤섞인 독특한 미감의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풍성하고 재미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누구든 ‘이런 사진을 어떻게 찍었을까’하는 궁금증을 가질 법한데 이런 궁금증은 저자가 책 뒤쪽에서 친절한 설명으로 풀어준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과정부터 이미지를 구상하는 단계, 그리고 촬영 과정에서 감수해야 했던 위험과 무용수가 시도했던 수백 번이 넘는 점프의 에피소드 등이 덧붙어 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