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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4월 23일(火)
“예군 묘지명에 적힌 ‘日本’은 ‘百濟’지칭”
이성시 日와세다대 교수 학회서 주장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백제 유민으로 중국 당나라의 신하가 된 예군(禰軍·613∼678) 묘지명(墓誌銘)에 등장하는 ‘일본(日本)’이란 단어는 국호(國號)가 아니라 당나라 동쪽의 해 뜨는 나라, 그중에서도 백제를 가리키는 호칭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이성시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문학학술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국목간학회 제16회 정기발표회에서 “‘예군 묘지’속의 ‘일본’은 ‘부상(扶桑)’ ‘풍곡(風谷)’ ‘반도(盤桃)’ 등 동방을 의미하는 어구(용어)와 함께 기록돼 있는데, 문맥상 백제를 지칭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해 도노 하루유키(東野治之) 나라(奈良)대 교수도 예군 묘지 속의 ‘일본’이라는 단어의 국호설을 부정하고 ‘일본’이 백제를 나타내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도노 교수의 연구가 ‘일본’이란 단어의 국호 여부에 집중한 반면, 이 원장은 처음으로 역주 성과에 기반한 예군 묘지의 번역문을 제시하고 전체적인 내용과 문맥 속에서 바라본 것이 특징이다.

예군 묘지는 지난 2011년 왕롄룽(王連龍) 중국 지린(吉林)대 고적연구소 연구원이 학술잡지 ‘사회과학전선’ 7월호에 탁본사진과 판독문을 공표하면서 처음으로 존재가 알려졌다.

왕 연구원이 공개한 탁본사진에 따르면, 예군 묘지는 1행에 4글자씩 4행 16자가 음각된 덮개석과 31행에 모두 884자가 음각된 지석으로 구성돼 있다. 왕 연구원은 ‘일본’이란 단어가 등장하는 이 묘지가 일본 국호의 성립 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새 사료(1차 사료)라고 주장했다. 일본이란 국호는 일반적으로 701년 다이호(大寶) 율령 제정 시기에는 성립해 있었다고 추정된다.

예군은 660년 나당연합군에 백제가 멸망할 당시 웅진성(공주)으로 피신한 의자왕을 당나라에 넘기고 중국에 들어가 무관으로 출세한 예식진의 형이다. 예군 묘지에는 그가 당나라 신하로 살았던 660년부터 당 지역에서 죽는 678년까지의 생애와 업적 등이 주로 묘사돼 있다. ‘삼국사기’ ‘일본서기’ 등의 기록을 보면, 670년 7월 고구려 유민의 반란 당시 웅진도독부 사마(司馬)로 신라에 사자로 파견됐던 예군은 스파이 활동을 이유로 1년 10개월 동안 억류됐다 풀려났으며 왜(倭)에 사자로 두 차례 파견되는 등 당의 외교, 특히 백제 고지의 점령지 정책이나 신라·왜와의 교섭에서 활약한 인물이었다.

무엇보다 예군 묘지명 14행에 등장하는 ‘참제일단칭신(僭帝一旦稱臣·참제가 갑자기 신하라고 칭하였으므로)’의 ‘참제’를 기존 연구에서 추정해온 ‘백제 의자왕’이 아닌, ‘신라 문무왕’으로 본 것이 이 원장 발표의 핵심이다. 당나라 입장에서 볼 때, 고구려의 잔존세력을 금마저(익산)에 머물게 하고 안승(安勝)을 고구려 왕으로 책봉한 신라 문무왕은 ‘참제’라고 할 수 있으며 예군은 바로 이때 신라에 체재하고 있었다는 것.

예군 묘지명 10행 ‘우시일본(于時日本)’부터 15행 ‘좌융위낭장(左戎衛郎將)’까지 내용은 바로 예군의 외교사자로서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 원장은 10행 ‘우시일본’ 이하 동방을 의미하는 어구가 등장하는 구절을 “때마침 일본(백제)의 잔당은 부상(왜)에 의거하여 주벌(誅罰)을 피하고 있었다. 풍곡(고구려)의 잔당은 반도(신라)를 거점으로 하여 (그 적을 막는 모습은) 견고하였다”고 해석했다.

예군 묘지에는 동방을 지칭하는 많은 용어와 함께 ‘일본’이 사용되고 있지만, 정작 동 시기에 사용되던 국호는 하나도 기록돼 있지 않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사실이 예군 묘지가 제작된 시점, 즉 678년에 ‘일본’이 국호로서 성립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고 강조했다. 예군 묘지는 일본 국호의 성립이 678년 이후의 일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료란 것이다.

윤선태(역사교육) 동국대 교수는 “‘일본’이란 단어가 일본에서 생산된 용어라기보다는 한반도에서 사용됐던 용어이며 일본의 국호 제정 과정에서 백제 유민들의 지적인 역할을 추정케 해준다”고 평가했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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