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明·淸시대 일어났던 참혹한 사건들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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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족을 멸하라 / 펑위쥔 지음, 김태경 옮김 / 에쎄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에 일어난 가장 참혹한 사건과 그 재판에 관한 이야기다. 누구든지 범죄인으로 선고되기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없던 그 시절에는 관청에 끌려오는 피의자는 ‘유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죄의 유무를 막론하고 범죄 사실을 자백해야 했다. 사건을 심리하는 관리들은 찰지(죄수의 손가락을 끼워 조이는 형틀), 협곤(죄수의 다리를 끼워 조이는 형틀), 뇌고(죄수의 머리에 씌워 조이는 형틀) 등 갖은 형구를 이용해 자백을 강요했다.

이 시기엔 전대미문의 ‘십족 주살(誅殺)’도 거리낌 없이 자행했다. 주원장의 아들이자 명나라 3대 황제인 성조 주체는 치열한 내전 끝에 친조카(2대 황제인 건문제)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인물이다. 그는 건문제의 스승이자 당대 최고의 학자로 존경받았던 방효유에게 즉위 조서를 꾸미게 한다. 하지만 방효유가 붓을 땅바닥에 던져 버리며 끝까지 거부하자 그의 일가는 물론 친구와 제자까지 주살했던 것. 책은 명청시대의 전근대성을 고발하면서 법치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얼마나 기다려야 완벽한 법치가 중국 땅에서 실현될지 확실히 대답할 수는 없지만, 필자는 법률이라는 복잡한 육체를 통해 법의 영혼을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