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다주택자·중대형 양도세 혜택 없이는 ‘백약이 무효’

4·1부동산시장 종합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에 반갑잖은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나 시장 모두 원하지 않은 현상, 서울 재건축 추진아파트의 상승이지요. 강남권 재건축단지 아파트들이 호가(부르는 값)이긴 하지만 많게는 5000만 원가량 오른 곳도 있습니다. 재건축 단지 가격 상승 특징은 거래가 거의 없는 가운데 호가 위주로 오른다는 것이죠. 또 거래가 잘 돼도 ‘이사’등 부수효과는 많지 않습니다.

4·1대책 약발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은 결코 좋은 징조가 못됩니다. 일부에서 부동산 시장 활성화는 재건축에서 시작된다고 말하지만 그동안 ‘재건축발 집값 상승’은 주택시장 안정보다는 소외감만 키운 측면이 많았지요. 그래서 재건축에는 그동안 많은 규제의 굴레가 덧씌워져 왔지요.

4·1대책이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짐인 중대형 아파트 미분양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내포한 데다 정치권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 부동산 시장 관망세는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집주인은 호가를 올리고, 매수희망자는 4·1대책 혼선으로 갈피를 못잡고 있기 때문이지요. 서울 주요지역 현장 거래업소들은 ‘거래 절벽’현상이 더 극심해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4·1대책은 세금을 대폭 감면해줄테니 집을 사라고 독려하는 정책입니다. 하지만 1주택 이상 소유하고 여유자금을 가진 이들에게 이번 대책은 별로 와 닿지 않습니다. 85㎡ 이상, 6억 원 이상 주택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부분이 빠져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무주택자, 1주택자는 어떨까요. 무주택자가 집을 사는 일은 전 재산을 투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주택자가 집을 파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설 때(매수자), 시세가 좀 더 오를 때(매도자)를 ‘매수·매도 시기’로 보지요.

그런데 지금 부동산시장은 어떻습니까.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한국경제 위기라는 대외 상황이 짓누르고 있습니다. 4·1대책 발표 20여 일 동안 ‘정책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고요. 여유자금이 있어도 전체적인 경제 상황이 불안해 주택 매수에 나설 수 없는 처지인 셈이지요. 한국경제는 엔화 가치 약세로 위기에 처한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문제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장기침체의 늪에 빠진 부동산 시장 회생을 위한 4·1대책이 재건축 등에 국한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고, 85㎡ 이상, 6억 원 이상 중대형 아파트에도 양도세 면제 혜택을 줘야 합니다. 어차피 일몰제라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엔저 공세, 중국 경제 침체 등이 맞물릴 경우 한국경제는 더 위기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은 내수를 살리는 정책이 필요하고, 부동산 시장이 효과를 낼 수 있는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