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 인천·부산 빼곤 모두 ‘개점 휴업’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입주한 인천 연수구 송도동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아이타워 건물 전경.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10개 지구 중 한 곳인 대구 수성구 대흥동 일대 수성의료지구.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는 지난 2월 충북 및 강원 동해안권 등 2개 경제자유구역을 추가 지정, 이들 경제자유구역 중 충북이 26일 출범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10년간 지정한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 가운데 1∼2곳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이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자유구역을 추가 지정한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남발이 국내 경제자유구역의 ‘하향 평준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은 국내 경제자유구역의 실태와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우리나라의 경제자유구역(Free Economic Zone)은 경제특구(Special Economic Zone)의 일종으로 해외 기술과 자본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각종 인프라, 세제 및 행정적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제도(지역)를 의미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조성 중인 경제자유구역은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경제자유구역 등 모두 6개다. 이들 면적은 모두 436.68㎢에 달하며 인력은 직속 기관과 자치단체조합을 합쳐 980여 명에 달한다.

◆경제자유구역 부익부 빈익빈 갈수록 심화 =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여타 구역과의 투자유치 격차를 갈수록 크게 벌리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지난해 외국인 직접 투자유치(FDI 신고 기준) 금액은 20억6990만 달러로 2011년의 5억5360만 달러보다 무려 274%나 급증했다. 이는 구역 내 송도국제도시가 유엔산하 녹색기후기금(GCF)사무국, 아태경제사회위원회(UNESCAP) 동북아사무소 등 국제기구의 사무국을 잇달아 유치하고 국제업무단지, 복합쇼핑몰 등을 속속 조성 중인데 따른 파급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지난해 실적도 인천의 10분의 1 수준이기는 하지만 2억2020만 달러로 인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부산진해의 투자 유치는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의 물류적 강점, 일본과 인접한 지리적 장점 등에 힘입은 것으로 향후 전망도 비교적 밝은 편이다.

그러나 나머지 경제자유구역 대부분은 초라한 성적표로 퇴출위기에 쫓기고 있다. 경기 평택시, 충남 아산·당진시를 포함한 황해경제자유구역은 출범 6년 만에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사업시행자를 구하지 못하면 내년 8월 정부에 의해 강제퇴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황해경제자유구역은 경기 포승지구 등을 제외하고는 아직 사업시행자도 구하지 못한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에서는 경제자유구역 조성은 구호에 그친 채 산업단지 및 관광단지 부지 기반 조성공사만 진행되고 있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내 영천하이테크파크 지구와 대구 국제문화산업지구 등 2곳도 아직 사업 시행자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과 하향 평준화 = 경제자유구역들이 저마다 외자유치에 나서는 바람에 외자유치 현장에서는 국내 경제자유구역청끼리 격돌하는 현상도 벌어지는가 하면 경제자유구역의 ‘질적 저하’도 우려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투자 유치 마케팅차 해외에 나갔다가 ‘한국에서 또 왔느냐’는 핀잔을 듣고 민망한 적이 있었다”며 “국내 경제자유구역 간의 투자 유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경제자유구역청은 지역특성에 맞는 발전 전략 수립, 투자유치 등 자구적인 노력은 기울이지 않은 채 무상 임대, 반값 분양 등 정부 차원의 지원만 기대하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이들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개최한 해외 투자유치 설명회 등에도 불참하는가 하면 정부가 투자유치와 기반시설 구축을 돕지 않으면 경제자유구역 조성이 어렵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국 정부가 푸둥(浦東) 등 경쟁력을 갖춘 경제특구를 집중 육성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을 도 마다 설립, ‘하향 평준화’를 추진해 온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 경제자유구역 가운데 5곳이 물류 거점 육성을, 4곳(중복 포함)이 관광레저 거점 육성을 각각 목표로 내세우는 등 대부분 경제자유구역이 대동소이한 콘텐츠와 투자유치 상품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경제자유구역 수술 = 이 같은 상황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충북과 강원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등 2개 경제자유구역을 추가 지정한데 이어 활성화 연구 용역 시행 등을 통해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지원을 적극 늘려갈 방침이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최근 들어 ‘혈세 낭비 방지’ 등을 위해 오히려 기존 경제자유구역 일부를 퇴출시키거나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경제자유구역 과다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다른 사업들도 그런 측면이 있지만, 경제자유구역도 지자체장들이 ‘다른 데서 하면 우리도 한다’는 식으로 따라 한 측면이 있다”면서 “국민과 지역주민들에게 실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평가를 받아서 결과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상원·김기현·김윤림 기자 y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