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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5월 03일(金)
박재동 화백이 그린 ‘애틋한 父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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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일기장 / 박일호 일기, 박재동 엮음 / 돌베개

아버지는 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였다. 그런데 뜻밖에 찾아온 병마로 교단을 떠났다. 부산에 정착한 아버지는 연탄배달, 풀빵장사, 팥빙수 장사 등을 하다 집주인이 하던 만화방을 인수해 운영했다. 이후 다시 울산에서 문방구를 열어 어머니와 함께 떡볶이, 팥빙수, 김밥도 팔았다. 그렇게 한편으론 병마와, 또 다른 한편으론 가난과 싸우며 자식 셋을 키웠다. 그런 가운데서도 아버지는 하루하루의 일상을 꼼꼼히 일기에 담았다. 1971년 4월 5일 식목일부터 1989년 5월 27일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아버지의 일기는 계속됐다. 아버지의 이름은 박일호이고, 그의 큰아들은 박재동이다. ‘한국 시사만화계의 대부’로 불리는 박재동 화백 말이다.

책은 박 화백이 숙환으로 예순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일기를 모아 엮은 삶과 시대의 기록이다. 아버지의 고단한 일상과 속마음이 담긴 일기장 군데군데에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을 담은 글을 적고 그림을 덧붙였다. 초등학교 교사와 ‘만화방 주인’으로 특별한 삶을 살지는 않았지만 그의 일기 속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울림은 깊고도 묵직하다. 궁핍한 생활 속에서 자식들을 키우며 느낀 애틋하고 진솔한 부정, 병들고 가난한 삶을 묵묵히 함께 견뎌내는 아내에 대한 연민, 아울러 중년에서 노년으로 접어들며 느낀 인생에 대한 애환 등이 오롯이 담겨 있다.

“식목일을 맞아 비록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해도 마음속에나마 나무를 심듯 삶의 기록을 심을까 한다. (중략) 내 13년간의 생활은 그야말로 붓으로 또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어렵다. 병마와 가난이 겹친 힘든 생활은 우리 가족, 특히 내 아내가 아니고는 아무도 모른다. (중략)인간의 집념은 무서운 것. 비록 모진 병마라 할지라도 굳은 마음가짐 앞에서는 물러나리라. 이것이 투병을 대하는 나의 신조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시대는 그야말로 격변의 시대였다. 일기장 속에는 부정선거, 10월 유신,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 계엄령 등의 단어도 등장한다. 이산가족의 만남에 울고 웃고 ‘김정구쑈’를 보며 즐기는 모습도 나온다. 1971년 선거 풍토에 대한 묘사는 당시 타락한 선거의 일면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밤 12시가 넘어서도 사람의 왕래가 많다. 12시가 다 돼서 소위 봉투가 돌기 시작한다. 일금 500원. 공화당에서 돌리는 것.(중략)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그 속에 얼마만큼의 비정상적인 유해물이 들어 있는지는 이제 이 사회가 말해주고 있다. 듣자니 신민당에서는 일금 1000원으로 변두리 서민층을 공략하고 있다고 하나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선거는 완전히 타락하고 말았다.”

한편, 박 화백은 오는 6월 30일까지 출판사 돌베개 사옥 1층 갤러리 ‘행간과여백’에서 아버지의 일기장과 부자간 주고받았던 편지 등을 전시한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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