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 나무 위… 상상 초월 ‘작은 집’ 지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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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칸의 아주 작은 집 / 로이드 칸 지음, 이주만 옮김 / 한스 미디어

제가 살 집을 손수 짓는 일은 과거에는 의무였을 테지만, 지금은 강력한 ‘로망’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규격화된 통조림 같은 아파트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스스로 설계하고 구상한 집을 갖는다는 건 충분히 매혹적인 일이다. 은퇴 이후 전원생활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는 중년의 나이라면 더 그렇겠다.

목수 출신의 작가가 쓴 이 책은 다양한 상상력과 창의를 바탕으로 지은 집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주 작은 집’이란 제목처럼 책에 소개되는 집은 수영장이 딸린 으리으리한 저택이 아닌 작은 집이다. 부러움이나 눈요기로 읽는 호사스러운 인테리어 책이나 건축 책들과 이 책이 다른 것은 ‘작은 집’들만을 골라서 보여주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잘 찍은 사진과 함께 소개되는 46㎡(14평) 이하의 250여 채의 집들은 적게는 100만 원 남짓의 돈을 들여 지은 것들. 집 소개부터 집짓는 과정과 간략한 설계도를 들여보다 보면 이내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절로 생긴다. 호화로운 대저택보다 손만 내밀면 가질 수 있을 법한 작은 집이 제집짓기를 소망하는 독자들의 판타지를 한층 더 강화하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작은 집의 형태는 말 그대로 상상을 초월한다. 바퀴 위에 지어 끌고 다닐 수 있는 집도 있고, 아름드리 나무 위에 지은 것도 있다. 물 위에 지은 집도 있고 차량을 아예 개조해 주거용 집으로 삼은 것도 있다. 조립식으로 지어낸 방갈로나 오두막, 천연재료나 재활용 재료로만 지은 창고와 사우나도 있다.

저자는 3평이 채 안되는 1000달러짜리 해안가 목조 오두막이 얼마나 근사하게 지어질 수 있는지, 컨테이너 박스의 한쪽 벽에 강화유리로 된 접이식 창과 차양을 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훌륭한 집이 되는지를 잘 찍은 사진을 통해 실감나게 보여준다.

건물의 외양뿐만 아니라 간간이 집의 평면도와 건축과정을 촘촘히 찍은 사진을 통해 집짓기 방식까지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기후조건이나 건축법규 등이 다른 만큼 이런 설계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영감을 받거나 아이디어를 빌려오는 정도의 목적이라면 이 책의 쓸모는 훌륭하다.

집만큼 주인의 삶에 대한 태도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여기 소개된 작은 집들을 지은 이들이 한결같이 추구하는 건 소박한 삶이다. 책에는 작은 집을 지은 이들로부터 받은 편지와 글을 실어놓았다. 집을 지으며 겪었던 시행착오부터 냉난방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식수는 어떻게 확보했는지 등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과 함께 지향하고자 하는 삶의 방식과 작은 집에서의 생활 등을 생생하게 풀어놓은 글이 제법 재미있게 읽힌다.

저자는 대형주택에서 살면서 높은 월세나 주택 담보대출의 이자를 갚아나가는 ‘지속불가능한 삶’을 청산하기 위한 실용의 측면에서 ‘작은 집’을 권하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그림 같은 풍경 속에 들어선 작은 집들은 ‘실용’이라기보다는 ‘취향’으로 받아들여진다.

마지막으로 집짓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건네는 저자의 조언 몇 마디. “작게 시작하라. 주방과 욕실은 효율적인 배관공사를 위해 서로 벽을 마주하는 것이 좋다. 여름에는 태양광 패널로, 겨울에는 온수기 코일을 설치한 난로에서 온수를 확보한다.” 여기까지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고, 나머지는 살면서 추가하면 된단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