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시험 없이 진로찾기 체험… ‘노는 학기’전락 私교육 역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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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16년부터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전면 도입하기로 확정함에 따라 교육계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1학기 정도는 시험 부담을 줄이고 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 체험을 하면서 미래를 설계해볼 기회를 갖게 하자는 의도로 도입되는 새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이미 지난 4월부터 자유학기제 모델을 개발하는 정책자문단과 전담팀(TF)을 구성하고 자유학기 지원센터를 설립해 3개 권역별 교육청과 함께 행·재정적 지원에 착수하면서 자유학기제 시행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진로보다는 진학에 경도된 교육현장을 개선하기 위한 자유학기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학생들이 자유학기를 내실 있게 보낼 수 있는 진로교육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3년 시범기간 동안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자유학기제에 대해 궁금한 점을 10문 10답으로 알아본다.

1. 자유학기제란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과정의 하나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과도한 학업 및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찾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중학교 학기 중 한 학기를 시험 없는 자유학기로 운영하게 된다. 예를 들어 1학년 2학기 또는 2학년 1학기를 자유학기로 선택해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 필기시험을 보지 않고 진로 탐색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대신 다양한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학교 수업이 이뤄져 이에 대한 평가가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된다. 체험활동은 학생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한 다양한 문화·예술·체육·진로프로그램 등이 운영된다. 학년, 학기 선택은 학생의 발달단계, 학습의 연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2. 언제부터 시행되나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시범연구학교 37개교를 선정해 오는 2학기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시범연구학교의 자유학기제 시행결과를 반영해 제도 수정을 거쳐 2014∼2015년에는 원하는 학교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2016년에는 전국의 중학교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자유학기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정책 자문단과 자유학기제 지원센터가 설립된다. 지원센터는 지방에서의 원활한 자유학기제 시행을 위해 권역별 주관 교육청 3곳과 연계해 자유학기제를 지원하게 된다.

3.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나

시험 위주의 강의식 교육 대신에 학생들의 잠재능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현행 교육과정 내에서 토론과 실습, 체험, 프로젝트 수행, 협력활동 등 참여수업이 주가 된다.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해 문화·예술·체육·진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이를 위해 학급의 자율성이 확대된다. 또 수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블록(block) 수업이 적용된다. 블록 수업은 현재 한 교시당 45분으로 맞춰진 수업시간을 과목과 방식에 따라 80∼100분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 2009년부터 일부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수업들은 결과만 아니라 과정도 평가에 반영되도록 한다.

4. 시험부담서 얼마나 벗어나나

2016년부터 전면 시행할 계획인 자유학기제는 자유학기 적용 학년과 학기는 학교장 자율에 맡겨 학교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자유학기가 시행되면 우선 필기시험 부담이 대폭 준다. 구체적인 시행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학습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자유학기제 동안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다양한 참여수업에 대한 수행 평가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또 이와 연계해 중학교 3학년 때 시행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도 부담이 완화된다. 현재 시험을 보는 5과목(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도 3과목(국어, 영어, 수학)으로 축소된다.

5. 진로상담 프로그램과 연계는

진로 탐색이라는 자유학기제의 목표를 위해 자유학기제와 연계되는 학교진로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진로전문교사를 2014년까지 모든 중·고등학교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진로 교사를 통해 수시로 진로 상담이 이뤄지며, 연 2회 진로심리검사 등 소질을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다양한 직업 체험 기회가 이뤄질 예정이다. 진로와 직업 교과도 확대 편성한다. 또 학교와 지역단체,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이 연결돼 실질적인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는 진로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시도교육청별로 진로체험지원센터를 구축해 이뤄진다. 또 초등학교에서 진행됐던 진로 활동을 중학교에서 연계해 지속적이고 심층적인 진로 탐색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6. 과거 학업부담 경감 제도는

물론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취지로 시행된 제도는 있었다. 박정희정부 때인 1970년대 시행했던 ‘자유학습의 날’이나 1990년대 실시한 ‘책가방 없는 날’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자유학습의 날’은 1972년 10월 16일, 당시 문교부가 전국의 초등학생들에게 1주일 중 일요일을 제외한 하루를 ‘자유학습의 날’로 정하고 그해 11월 1일부터 시행했던 정책이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학생들이 책가방 없이 등교해 야외현장학습, 취미활동, 실기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해 학습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정책이었다.

또 ‘책가방 없는 날’은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덜어주고 주5일 수업제를 도입하기 위한 사전 단계 차원에서 1995년 초등학교에 시범적으로 도입된 뒤 중·고교까지 확대됐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토요일을 ‘책가방 없는 날’로 지정했으며 학생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등교해 유적지, 박물관 견학 등 체험학습을 즐겼다.

책가방 없는 날을 지정한 이유로는 학생들의 신체 발육 문제도 포함됐다. 가방이 무거우면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며 특히 한창 성장하는 학생들의 경우 몸무게의 10% 무게인 책가방만 메고 다녀도 몸이 틀어지고 키 성장에도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1996년 대전시교육청이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시 학생들의 책가방 평균 무게는 초등학생 4.18㎏, 중학생 6.1㎏, 고등학생 7.57㎏ 정도로 조사됐다. 이처럼 무거운 가방을 주입식 교육의 병폐이자 학생들의 성장 발육을 막는 주원인으로 지목, ‘책가방 없는 날’을 실시한 것이다. 하지만 ‘책가방 없는 날’은 3, 4년 정도 시행되다 흐지부지됐다.

7. 외국 사례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와 덴마크의 ‘애프터스쿨’ 제도를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는 아일랜드도 우리처럼 과도한 입시경쟁 문제를 겪다 1974년부터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사이에 1년 과정의 전환학년제를 도입했다. 중학생들이 아닌 한국의 고1에 해당하는 중학교 4학년 학생들에게 1년간 시험이나 공부 부담 없이 자유롭게 세상과 자신을 탐색하는 시간을 갖게 하자는 제도다. 우리의 자유학기제 모델인 셈이다.

물론 아일랜드도 처음에는 희망하는 학교와 학생에 한해서 실시했다. 그래서 이 제도 도입 첫해에는 전국에서 3개의 학교만 전환학년을 개설했다. 이것이 완만하게 증가해 10년째에 이르러 20개 학교가 실시하게 됐고,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야 전국 학교의 75%, 학생의 53%가 전환학년에 참여하고 있다. 그 사이에 이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확산되고 학교와 교사가 준비되고, 사회적 인프라가 많이 구축돼 자유학기제 성공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덴마크의 애프터스쿨은 공립기초학교를 졸업하고 김나지움이나 직업학교로 진학하기 전 거쳐 갈 수 있는 1년 과정의 기숙형 자유학교다. 주로 음악, 미술, 체육 등 감성교육과 단체활동이 주를 이룬다.

8. 진로탐색 집중학년제와 다른가

자유학기제와 서울시교육청의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펼치는 교육이라는 목표와 한 학기 동안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서울교육청은 올해부터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의 핵심공약이었던 ‘중1시험 폐지안’에 따라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를 현재 서울 11개 중학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또 2014학년도부터 이를 전체 중학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범학교에서는 중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치르지 않고, 수행평가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여 진행하고 있다. 진로와 직업 과목을 연 34시간 이상 운영해야 하는 등 진로지도가 강화된다. 특히 진로체험의 날 및 진로교육 주간을 운영하고, 자치구별로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를 구축해 실질적인 직업체험을 실시한다. 지난 2일 시범운영학교 중 한 곳인 연희중 학생들은 소방관에서부터 수의사, 제빵사, 아나운서 등 총 66개의 직업을 직접 일터에서 체험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자유학기제의 실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제도이다.

9. 교육계·학부모 반응은

교육계에서는 자유학기제가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주고,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자유학기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고입, 대입의 부담이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학력 저하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어고, 국제고, 자립형 사립고 등 입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진로교육이 제대로 실시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한 상황에서 진로 탐색에 한 학기를 쓰는 데 대해 불안하다는 반응도 많다.

일선 교사들과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부족해 실제 교육 현장에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원단체 등 교육계에서는 수행평가 강화보다는 자유학기제 수업들의 각 특성에 맞는 새로운 평가제도 개발 등 보다 실질적인 시행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자유학기제를 진행할 교사들의 연수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토론, 체험활동 등은 자유학기제 외에도 모든 학년, 학기에 적용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10. 우려하는 문제점은

교육계와 학부모들은 무엇보다 자유학기제가 단순히 학업의 부담에서 해방된 ‘노는 학기’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공교육에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사교육으로 만회하려는 학부모들과 이를 이용한 사교육 업체들의 마케팅이 기승을 부릴 경우 사교육 광풍이 지금보다 훨씬 더 심하게 불지 모른다는 점도 우려다. 사교육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어학연수 등에 쏠리는 부작용도 예상되고 있으며 학교 내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진로체험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한 학교 바깥 시설이나 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의 프로그램 미흡을 이유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지난 4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이슈와 논점’에서는 직업 체험 등 진로 프로그램의 경우 기업과 기관, 시설 등이 대부분 대도시에 집중돼 있고, 농어촌은 인프라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곳이 많아 도시와 농어촌의 교육 격차가 우려되는 점이 지적됐다.

또 현행 교육과정 내에서 자유학기제가 운영되면 한 학기 동안 배우지 않은 과정을 다음 학기에서 채워야 해 학습 부담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유학기제 전면 도입에 집착하기보다는 연구학교 운영 평가 등으로 당초 자유학기제 취지 달성 여부를 검증한 뒤 전면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강우·유현진 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