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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5월 10일(金)
‘현대 중국의 밑그림’ 여진史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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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 부락에서 만주 국가로 / 유소맹 지음, 이훈·이선애·김선민 옮김 / 푸른역사

국내외에서 만주족의 역사와 언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자들 사이에서 만주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는가 하면, 영화 ‘7번방의 선물’로 1000만 관객을 끌어 모은 류승룡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만주어로 대사를 해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최근엔 만주족의 기원과 정체성, 그리고 흥망성쇠의 역사를 다룬 ‘만주족의 역사’가 출간되는 등 출판계에서도 만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만주족이 세운 청은 278년에 이르는 오랜 시간 동안 중국을 통치했으며 현대 중국의 밑그림을 그렸다. 청의 유산을 바탕으로 현대 중국이 탄생한 것이다. 그런 청제국의 뿌리는 금을 거쳐 여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6세기 후반 누르하치에 의해 통일되기 직전까지 여진은 초기 국가 형태를 갖춘 일부를 제외하면 여전히 부족이나 씨족 단위로 흩어져 거주하고 있었다.

이 책 ‘여진 부락에서 만주 국가로’는 만주족이 국가로 발전해 온 과정을 제도의 측면에서 접근해 체계적으로 서술한 학술서다. 중국의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만주족이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에 씨족 부락제도의 기반 위에서 국가의 꼴을 갖추며 동아시아에서 굴기하는 시기의 여진을 제도사적인 관점에서 고찰한 성과를 정리했다. 특히 금을 경계로 여진과 청을 별개로 인식했던 기존의 시각에서 탈피해 여진의 역사를 연속선상에서 분석한 점이 돋보인다.

이 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자주 인용되는 조선 관련 사료들이다. 저자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여진사를 다룬 1장과 국가형성의 초기 단계를 다룬 2장에서 활용한 사료의 대부분은 다름 아닌 ‘조선왕조실록’이다. 이는 조선왕조실록의 관련 기록 없이는 14세기 말부터 누르하치가 국가를 수립하는 16세기 말까지의 여진사를 재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여진과 조선과의 관계가 얼마나 밀접했는지를 잘 보여주며, 조선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여진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중국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교수인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에는 중국의 동북 지역과 조선의 변경에서 활동하던 여진족에 대한 기술이 매우 많다”며 “특히 여진사회 내부에 대한 조선의 조사와 보고는 명의 기록에서는 찾을 수 없는 귀중한 자료를 수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1장에서는 원 말기부터 15세기 말까지 만주족 조상의 씨족 부락과 관리 기구를 설명한다. 2장은 1616년까지 니루와 구사의 편제 및 설치에 초점을 맞춰 만주족의 정치 군사조직이 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했다. 3, 4장에서는 청을 선포하는 1636년까지 팔기의 공동체제에서 일인 독점체제로 변화하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국가제도의 변화를 고찰한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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