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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5월 10일(金)
주민 ‘삶의 공간’ 돼야 죽은 강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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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숨소리가 그립다 / 야마사키 미쓰아키 지음, 이정환 옮김 / RHK

강변에서 유년을 보낸 한 남자가 오염된 채 버려진 도심의 강을 되살려내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책. 나이 마흔에 협심증으로 갑자기 쓰러진 저자가 죽음의 공포와 격심한 통증 속에서 문득 떠올렸던 건 유년시절을 보낸 도쿄(東京) 다마강(多摩川)의 옛 풍경이었다.

유년시절부터 다마강에서 낚시를 즐긴 낚시광이었던 저자는 대학 졸업 후 개발현장의 자연생태를 조사하고 생태보전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주는 환경조사 기업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그의 일의 목적은 실상 ‘생태계 보전’보다는 공사에 지장을 줄 만한 것을 미리 살피고 걸림돌을 제거해 공사의 당위성을 확보해주는 일이었다. 일본 경제 호황기에 우후죽순처럼 리조트 공사가 벌어지면서 적잖은 돈을 벌었지만, 자연훼손의 공범이 되고 만 저자는 이내 윤리적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그러다 협심증으로 죽음의 위기를 겪게 됐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유년시절을 보낸 다마강을 되살리겠다는 쉽지 않은 목표를 세우게 된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다마강은 여름이면 멱 감는 아이들로 떠들썩했고, 낚시꾼들로 북적거렸다. 강변을 따라 상점이 들어섰고 생선을 파는 식당들이 불야성을 이뤘다. 당시만 해도 강은 주민들에게 삶의 중심이었고 생활의 일부였다. 그러던 것이 산업화와 도시팽창으로 강은 극심하게 오염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강 주변의 뉴타운 건설과 보(堡)의 건설로 강은 거품으로 뒤덮였으며 생명이 살 수 없는 버려진 곳이 됐다. 주민들은 강을 외면했고, 급기야 강변에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고물들을 내다버리기 시작했다.

저자는 강의 죽음을 두 가지 측면으로 들여다본다. 하나가 수질 오염으로 인한 죽음이라면, 다른 하나는 주민들의 외면과 방치로 인한 죽음이다. 수질 개선의 문제야 개인의 노력이 아닌 ‘정책’으로만 해결 가능한 사항이다. 다행히 1990년대 이후 하수처리시설이 들어서면서 다마강의 수질은 점점 나아졌다. 그러나 한 번 강을 떠나간 주민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주민들은 여전히 다마강을 ‘더러운 강’으로 바라봤다. 아무리 수질이 좋아진다 한들 그 강을 아무도 찾지 않는다면 그 강은 죽어 있는 셈이었다. 저자가 몰두한 것은 다마강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여 강을 다시 생활의 일부로 만들어놓는 것이었다.

저자는 먼저 다마강에 은어 치어를 방류하는 데 앞장섰다. 은어의 회유를 통해 강이 깨끗해졌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치어 방류로 강을 따라 회유하는 은어의 개체수는 크게 늘어났지만,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람들을 강으로 불러오려면 은어를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주민들이 강에서 은어를 잡아 소득을 올리고, 그 은어를 맛보려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돼야 비로소 강이 ‘삶의 공간’으로서의 자리를 되찾게 되는 것이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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