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제 사건들 통해 법의 허점 까발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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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 / 스티븐 러벳 지음, 조은경 옮김 / 나무의 철학

1998년 1월 17일,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서 증언을 했다.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한 그는 모니카 르윈스키와 단둘이 있은 적도, 그녀와 성관계를 맺은 적도 없다고 차분하게 거짓말을 했다. 비디오 녹화로 이뤄진 대배심 증언에서도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이후로 클린턴은 거의 1년 동안 정치적으로 나락에서 비틀거렸고 결국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탄핵된 대통령이 됐다.

미국 법학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저자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 재판 사례 등을 토대로 많은 이들이 견고한 사회보호 시스템이라 믿는 법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법조계 안에서 법조인들과 관련 사건을 객관성을 유지하며 관찰하고 분석해 미국에서 출간 즉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초의 동성애 재판으로 불리는 오스카 와일드 사건, 작은 소란을 인종차별로 부풀린 하원의원 매키니, 보스턴 대교구 성직자 성추행 사건 등을 마치 법정드라마처럼 흥미롭게 묘사하면서 사건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일반적인 상식선의 사회정의와 법정 안에서의 정의가 얼마나 다른지, 또 그런 차이는 왜 존재하는지, 개인의 도덕과 윤리는 어떤 방향을 향해야 하는지 화두를 던져준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