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해운대 호텔·펜션 등 5억 ~ 7억 투자 외국인에 영주권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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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오는 20일부터 부산 해운대 관광리조트와 동부산관광단지를 ‘외국인 부동산투자이민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히면서 관련업계와 부산 지역 민심이 들썩이고 있다. 국내 휴양시설을 구입한 외국인들에게 거주자격과 함께 영주권까지 부여해 주는 부동산투자이민제도가 과연 지역경제를 살리고 외자유치 촉매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2010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제도가 시행된 이후 일부 지역은 투자유치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실효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부랴부랴 개선방안 등을 내놓는 등 제도 활성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져 줄지는 미지수다. 10문10답을 통해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에 불고 있는 부동산투자이민제 바람에 대해 살펴본다.

1. 부동산투자이민제란

부동산투자이민제는 외국인이 국내 휴양시설 등 부동산에 기준금액 이상을 투자하거나 분양받으면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한 거주(F-2) 자격을 주고, 5년 후에는 국내 영주(F-5)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외국인에 대한 체류 자격은 외교 공무 협정(A1~3)에서부터 관광취업(H-1)까지 34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중 거주와 영주라는 높은 혜택을 주기 때문에 투자유인책이라 할 수 있다. 2010년 2월 제주도에서 처음 시행된 이후 강원 평창과 전남 여수, 인천 경제자유구역 등 4곳에서 시행 중이다. 지난 4월 말 현재 투자실적은 409건, 2657억 원이다.

2. 왜 도입됐나

정부가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외자유치와 낙후 지역 개발, 이민정책 활성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투자이민제도를 통해 외자유치는 물론, 경제활동 인구 증가 등의 부수적 효과도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히 시행되고 있는 제주도의 경우 천혜의 관광 자원을 활용해 외국인, 특히 중국인을 중심으로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외국 투자자 유치 확대를 위해 ‘공익사업투자이민제’와 연계해 낙후 지역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 법무부는 신발전지역 발전촉진지구로 경북 영주, 안동, 예천의 4개 사업과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전남 영암·해남, 충남 태안의 2개 지구를 선정했다. 이 밖에 거주·영주 자격을 부여하는 투자이민제도는 이민정책과 경제정책이 연계돼 있는 만큼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3. 투자 대상 지역은 어디

현재 제주도와 평창(알펜시아),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인천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돼 있고 이번에 부산 해운대 및 동부산관광단지가 추가 지정된다. 법무부는 4월 11일 고시 개정을 통해 각 지정 지역의 투자대상과 투자금액, 시행기간 등을 새로 지정했다.

평창의 경우 휴양 콘도미니엄과 일반 숙박시설 중 호텔, 별장, 관광펜션 등이 투자 대상이고 기준금액은 5억 원 이상이다. 2018년 4월 말까지 시행된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은 휴양 콘도미니엄과 호텔, 별장, 관광펜션 외에 체육시설과 연계해 건설되는 주택도 투자대상에 포함됐다. 투자금액은 7억 원 이상이다. 제주도와 여수도 콘도와 호텔, 별장, 펜션 등을 대상으로 5억 원 이상을 투자하면 거주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시행기간은 역시 2018년 4월 말까지다.

4. 신규 적용 지역은

20일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부산의 부동산투자이민제 대상 지역은 현재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관광리조트’와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 ‘동부산관광단지’다. 해운대관광리조트는 일반호텔 561실에 투자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7억 원 이상, 동부산관광단지는 휴양 콘도미니엄과 호텔, 별장, 관광펜션에 5억 원 이상 투자하는 대상으로 정해졌다. 시행기간은 20일부터 2018년 5월 19일까지 5년이다.

해운대관광리조트 조성사업은 부산의 부족한 관광 인프라 확충을 위해 도시개발법에 따라 시행하는 관광개발사업(사업비 2조7400억 원)이다. 2017년까지 6만5000㎡에 지상 101층 호텔과 워터파크, 테마파크, 공동주택 등 사계절 체류형 복합관광리조트를 세우는 사업이다. 동부산관광단지의 사계절 체류형 복합 해양·레저 도시 조성사업(사업비 4조 원)도 2017년까지 366만㎡에 테마파크, 스포츠시설, 해양관람시설, 호텔, 휴양 콘도미니엄, 휴양형 주택, 의료관광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5. 기대효과와 지역 반응

부산의 2곳이 부동산투자이민제 적용 지역으로 선정되자 부산시와 개발업체들은 “외국인들의 대규모 투자로 지역 관광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크게 반기고 있다. 외국인의 투자여건이 좋아져 투자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외국인 투자효과가 1조3500억 원, 고용유발효과는 1만63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초부터 지역 정치권과 함께 법무부를 상대로 이들 2곳의 부동산투자이민제 적용대상 지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해운대관광리조트 개발사업자인 ‘엘시티’ 측은 “이미 중국 부동산 회사와 1조2000억 원 규모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가운데 해외자본 유치의 걸림돌이 해결돼 향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인 유치붐이 일어날 것”이라며 “남은 사업 일정에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동부산관광단지 개발 주체인 부산도시공사 이종철 사장도 “이 지역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외국인이 선호하는 정주 여건을 가지고 있어 조성사업에 탄력이 붙고 고용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6. 성공 사례

현재까지는 제주도가 가장 성공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2010년 제도 시행 이후 제주에 정착한 투자 이민자(F2비자)는 171명(2월 말)으로 집계됐다.

동반 가족 260명까지 포함하면 430여 명이 제주에 투자하면서 영주권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재 17명이 투자이민을 위한 임시 영주권인 F1비자를 취득한 후 부동산 매입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2010년 투자이민법이 발효되면서 한림의 ‘라온 프라이빗’이라는 리조트가 관광단지 시설 내 분양형 콘도를 내놓아 투자이민자의 50%가량을 유치한 상황”이라며 “투자이민이 인기를 끌자 이들을 겨냥해 7∼8개 업체가 투자이민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고, 이들 업체의 리조트가 완공단계에 들어서는 2∼3년 후쯤 투자이민자는 현재의 2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투자이민자는 최고 20억 원에 이르는 롯데리조트 분양권도 서슴없이 사들이고 있으며, 대부분 6억∼7억 원대의 분양형 콘도를 매입하면서 영주권을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 실패 사례

부동산투자이민제도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직까지 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지역들이 더 많다. 제도 실효성 논란이 일어나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실패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 인천 경제자유구역과 평창이다. 특히 평창 알펜시아 지역은 2011년 2월 투자이민 지역으로 선정된 지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투자유치 실적이 전무한 실정이다.

인천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15억 원 이상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거주권과 영주권을 주기로 했지만 투자유치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평창과 인천 지역의 부동산투자이민 허용기준을 대폭 낮추기도 했다. 평창은 투자 기준금액을 10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절반이나 낮췄고, 인천 지역에 대해서도 15억 원이던 기준금액을 7억 원으로 인하하기도 했다.

8. 문제점과 개선책

인천 경제자유구역과 평창의 실패 사례에서도 보듯 각 지정 지역마다 투자 기준금액이 제각각인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물론 지역별 특성과 지역별 땅값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점은 있다고 하지만, 인천의 경우에서 보듯 당초 투자 기준금액이었던 15억 원은 타 지역(제주도와 여수, 평창 각 5억 원)에 비해 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투자대상도 펜션이나 별장, 콘도미니엄 등 휴양 목적의 주택에 한정돼 있어 다양한 투자 욕구를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에서는 휴양용 주택뿐 아니라 일반주택도 대상에 포함시켜야 주택시장 활성화대책과 연계해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무부는 인천 지역의 경우 투자 대상을 부동산 투기 우려가 적은 골프빌라를 포함시키는 등 투자 대상을 일부 확대하고 있다.

9. 또 다른 투자이민제도는 없나

27일부터 시행되는 ‘공익사업투자이민제’도 부동산투자이민제도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시행되는 조치다. 이 제도는 기금 혹은 공익사업에 5억 원(55세 이상 은퇴 이민자는 3억 원) 이상을 5년간 예치하거나 출자한 외국인에게 영주(F5)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외국인 이민정책을 활성화하면서 외국인 투자 유치도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2가지 유형이 있는데,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신설한 펀드에 기준금액 이상을 예치하는 방법(원금보장·무이자형)과 낙후 지역에서 추진하는 개발사업에 기준금액 이상을 출자하는 방식(손익부담형)이 있다. 법무부는 부동산투자이민제도와 이 제도를 연계해 거주자격 및 영주자격 심사 시 공익사업과 부동산 투자 모두에 돈을 넣었을 경우 투자금액과 기간을 합산해 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부동산 투자 기준금액이 5억 원일 경우 펜션 구입에 4억 원, 한국정책금융공사에 1억 원을 예치했다고 하면 거주(F-2) 자격을 부여하는 식이다.

10. 해외 사례는

선진국들은 대부분 투자이민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일자리 창출과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이민법에 투자이민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국적이민청에서 승인한 특정 지역에서 추진하는 사업(항만과 호텔 등 부동산)에 50만 달러 이상을 간접투자할 경우 임시영주권(2년)을 주고 영주권 신청자격도 부여한다.

캐나다도 80만 캐나다달러(약 9억 원)를 5년간 투자하면 즉시 영주권을 부여한다. 이민부는 투자금을 수령해 투자 이민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각 주에 자금을 배정한다. 호주 역시 이민법령에 제도를 정해놓고 있다. 150만 호주달러(약 17억 원) 이상을 이민부 지정기관에 4년간 투자하면 영주권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홍콩도 입경사무처에서 별도의 투자이민법을 제정해 간접투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대비해 경제활동인구 증가와 투자 유치가 목적이다. 한화 14억 원가량에 해당하는 1000만 홍콩달러 이상을 주식이나 채권, 예금 등 금융투자를 하게 되면 투자이민 승인을 거쳐 7년 후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다.

임대환·김동하 기자 hwan91@munhwa.com
부산= 김기현·제주 = 박팔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