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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착한 경제, 이제는 사회적 기업이다 게재 일자 : 2013년 05월 20일(月)
간병인 된 지적장애인… 저소득층 환자 진심어린 ‘돌봄 서비스’
2부, 대기업·사회적기업 상생 현장-<14> 교보생명-다솜이재단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성애병원에서 교보다솜이재단 소속 간병인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지난 14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성애병원 본관 517호와 611호 병실. 6인실 병실에 환자보다 간병인 숫자가 더 많았다.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 때문에 간병인 1명 쓰기도 힘든데, 유독 이 병실에만 간병인이 환자 수보다 많아 의아했다.

사연은 이렇다. 이 두 병실에는 사회적 기업인 ‘교보다솜이재단’ 소속 간병인들이 일하고 있다. 모두 12명인데, 그중 4명이 지적장애를 가진 장애인 간병인이다. 나머지 8명은 저소득층 중에서 선발된 주부 간병인들이다. 주부 간병인들이 사수로 환자 간병을 하고, 장애인 간병인들은 주부 간병인들을 옆에서 돕는다.

김승화 다솜이재단 팀장은 “환자들이 혹시 불편해할 수 있어 일반 간병인 1명을 배치하고, 추가로 장애인 간병인이 보조 업무를 하도록 했다”며 “간병인 수가 늘어난 것으로 환자들이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간병인들은 그 장애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능숙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지적장애(3급)를 가진 문종혁(31) 씨는 일반인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호흡기질환을 앓다 뇌사상태에 빠진 최영숙 할머니의 몸 위치를 바꿔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할머니를 살짝 들어 다리 위치를 바꿔주고, 팔을 움직여줬다. 그러고는 할머니의 다리, 팔 사이에 베개를 끼워넣었다. 모든 과정이 능숙했다. 문 씨는 “두 시간에 한 번씩은 환자 몸의 위치를 바꿔줘야 해요. 안 그러면 욕창이 생길 수 있어요”라고 느리지만 정확한 발음으로 말했다.

문 씨는 이 병실의 인기인이다. 그는 연방 살인미소를 환자들에게 날렸다. 뇌사상태인 최 할머니가 그의 미소를 온전히 알아볼 리 없었지만, 그의 마음을 어떻게 느꼈는지 최 할머니의 얼굴은 더없이 평온해 보였다.

장애인 간병인들의 움직임은 민첩하지는 않았지만, 섬세했다. 그들의 움직임에서는 직업인들에게서 느껴지는 짜증 대신, 진심이 묻어나왔다.

김 팀장은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일반인들과는 조금 다른 장애를 가진 분들이니,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죠. 성애병원 역시 이 점을 걱정했어요. 그러나 반 년 정도 지난 지금은 병원, 환자 모두 만족합니다. 보시는 대로 그들은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고 보람차게 일을 하고 있거든요.”

교보생명은 지난 2003년 ‘교보다솜이 간병봉사단’을 출범했다. 교보다솜이 간병봉사단은 저소득층 환자에게 무료 간병서비스를 제공해 환자들의 회복을 돕고, 일자리가 필요한 여성 가장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경제적 자립을 돕는 역할을 했다. 이 봉사단은 기업연계형 사회적 일자리 창출의 대표적인 모델로 인정받아 2005년 3월 정부로부터 사회적 일자리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이 봉사단이 교보다솜이재단이라는 사회적 기업으로 재출범했다. 1호 사회적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이후 교보생명은 연간 10억 원이 넘는 후원금을 교보다솜이재단에 지원하는 등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솜이재단은 저소득층 환자를 위한 무료 간병 서비스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자립을 위해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유료 간병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얻은 수익은 간병서비스 사업에 투자된다. 이 같은 점이 알려져서인지, 간병인 수도 매년 증가해 지난해 300여 명으로 늘어났고 서비스 지역도 서울에서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등 전국으로 확대됐다. 그동안 무료 간병서비스를 받은 환자가 1만8000여 명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만난 다솜이재단에 소속된 간병인들도 재단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지적장애를 지닌 장애인 간병인 김보미(여·24) 씨는 “(장애학교) 선생님 소개로 이곳에서 일을 하게 됐고, 지금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 씨 옆에 있던 선생님의 “보미 씨는 말이 서툴러서 인터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 씨는 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가 가장 행복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는 “할머니(환자) 밥 드리는 일은 제가 제일 잘해요. 밥 드리면 제가 행복해져요. 왜냐하면…, 할머니가 웃으니까요.”

다솜이재단에 소속된 간병인 김영자 씨는 재단에 고마움을 표했다. 김 씨는 “간병인들이 일하는 환경이 열악해요. 참 불안한 지위예요. 병원에서 일을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둬야 하고, 계속하라 그러면 계속해야 하죠. 그런데 이곳 다솜이재단에 소속돼 있으면, 하고 싶을 때까지 일을 할 수 있어요. 이게 참 행복입니다. 일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잘 모르는 행복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솜이재단 덕인지, 성애병원 덕인지 잘 모르겠지만, 1000원만 내고 병원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다른 병원에서는 환자들과 똑같은 돈을 내고, 의사 간호사들이 밥을 먹는 병원 식당이 아닌 병실에서 밥을 먹어야 하거든요.”

이은표 다솜이재단 사업단장은 “장애인 간병인이 이 병원에서 일한 지 반 년이 다 돼 가는데, 환자 가족이나 병원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병원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고 말한다”며 “다솜이재단이 조금이나마 장애인 고용에 도움을 주고, 환자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것 같아 참 보람차다”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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