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덕주 서울척병원 원장이 경막외 유착 증상이 있는 환자에 대해 신경성형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척병원 제공
고질적인 허리통증을 안고 있던 김모(49) 씨는 최근 다리 부근까지 통증이 느껴져 병원을 찾았다. 전형적인 허리디스크 증상이었다. 하지만 의사는 김 씨에게 이름도 생소한 ‘경막외 유착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추간판(디스크) 탈출이 발견되지 않아 꼬리뼈를 통해 조형제를 투여한 결과, 흐름이 더디고 중간에 막히는 모습이 확인됐다. “경막외 유착증은 주사치료로 간단하게 호전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말에 김 씨는 그동안 수술이 두려워 통증을 참아온 것을 후회했다.
허리통증은 ‘누구나 안고 산다’. 그 때문에 치료를 받는 경우가 드물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통증이 와야만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리가 조금 아프다고 병원을 찾는 것은 엄살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허리통증은 초기에 잡는 것이 좋다. 김 씨처럼 약한 디스크 증상이라고 생각했던 허리통증이 사실 간단한 치료로 바로잡히는 경우도 많다. 붙는다는 뜻을 지닌 ‘유착’이 그렇다. 척추 신경을 감싸고 있는 조직인 경막이 주변조직에 붙어 생기는 경막외 유착증은 우리가 허리에 통증이 생길 때 의심하기 쉬운 허리디스크와 혼동이 쉬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허리통증 대표적인 허리디스크, 비슷한 증상이지만 다른 ‘경막외 유착증’
허리통증은 발병부위와 증상에 따라 질환이 다양하지만 아직도 허리가 아프면 허리디스크를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허리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추간판을 받치고 있는 인대 조직이 파열돼 추간판이 뒤로 밀려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초반에는 허리통증이 계속되다가 점점 엉덩이에서 다리까지 통증이 내려오는 증상을 가져온다.
이덕주(척추외과) 서울척병원 원장은 “척추 질환은 대부분 비슷한 통증을 가져오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으로 질환을 진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만일 허리디스크가 발생했다면, 디스크 주변에 일단 약물을 투여해 염증을 가라앉히는 방법인 주사치료법을 통해 호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비슷한 증상에도 CT나 자기공명영상(MRI) 등 기타 영상 검사법을 시행해도 유착된 부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때가 있다. 이때는 경막외 유착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허리통증 CT와 MRI로 확인 어렵다면, 경막외 조형술로 진단
잦은 허리통증만큼이나, 다양한 허리 질환은 수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척추수술의 경우 수술의 부작용으로 치료가 완전하게 이뤄졌음에도 허리통증이 남아 있는 ‘척추수술 후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척추수술 후 증후군은 추간판 탈출증의 재발, 척추 협착증, 지주막하염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경막외 유착증도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경막외 유착증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막 중 가장 바깥에서 둘러싸는 경막이 주변의 조직과 들러붙어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허리디스크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CT와 MRI로 확인이 불가능한 경막외 유착증이 의심될 경우에는 경막외 조형술로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다. 이는 꼬리뼈로 조형제를 주입하면서 사진을 촬영해 조형제가 흘러가는 것을 관찰하는 진단법으로 5∼10분 정도 소요된다. 정상적인 척추에는 조형제가 이상 없이 흘러가지만, 유착이 생긴 척추환자에게서는 조형제가 원활히 흐르지 않고 멈추거나 더딘 현상을 보인다.
◆뭉친 유착을 풀어주는 약물치료, 신경성형술
근육이 뭉쳐 어깨가 쑤신다면 뭉친 어깨를 마사지해서 풀어주면 호전이 가능하듯 척추 내에 뭉친 유착 역시 통증의 원인이 되는 유착을 풀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경막외 유착증은 척추의 꼬리뼈 부분을 국소 마취한 후 병변이 있는 부위에 약물을 주입하는 ‘신경성형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흔히 허리가 아프면 ‘큰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겁을 내는 환자들이 많지만 신경성형술은 절개 없이 특수한 초소형 관을 삽입해 시술하는 치료법으로 흉터가 남지 않고 회복이 빠르다.
백진우(마취통증의학과) 정동병원 원장은 “신경성형술은 원인이 되는 염증 유발 물질을 제거하고, 경막외 유착을 제거해 신경을 완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라며 “고령 환자의 경우에도 안전하게 시행이 가능하며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허리통증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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