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조각에 담긴 여성의 상처

  • 문화일보
  • 입력 2013-05-2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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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든 ‘이집트 출신 여성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르는 것이 작가는 못내 불편했나 보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 3관 전시장에서 열린 ‘그녀에 대한 참조’전 간담회에서 작가는 전시작 소개에 앞서 기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전시작을 살펴보라. 어디에 이집트, 또 여성이라는 표식이 있는가?” 사실이 그랬다. 전시 자료 속 ‘이집트 출신의 여성작가’라는 기록만 아니면 작가가 아랍여성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긴 어렵다. 다만 작가의 설명을 따라 찬찬히 전시작을 살펴보면 아랍글자, 시위과정에서 쓰러져 속옷이 노출된 이집트 여성의 이미지를 찾아낼 수 있을 뿐이다.

6월 말까지 개인전을 여는 가다 아메르(50)는 현재 뉴욕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 중이다. 이집트 카이로 출신으로 외교관인 부친을 따라 11세 때 프랑스로 이주한 뒤 줄곧 유럽, 미국서 살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국내에선 2000년 부산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하는 등 아랍 작가로는 이례적으로 국내서 5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이번 전시에선 물감, 붓 대신 실, 바늘을 활용한 자수 회화 4점, 아랍글자와 여성 누드의 이미지를 담은 금속 조각 4점 등 총 8점을 발표한다. 전시작 ‘파란 브래지어의 소녀들’은 2년 전 무라바크정권에 맞서다 경찰의 발길질에 쓰러져 브래지어가 노출된 소녀의 영상을 접한 충격을 담아낸, 속이 텅 빈 달걀 형태의 은색 작품이다. 수많은 선으로 이뤄진 작품 속으로 여성 8명이 어깨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작가는 ‘정치와 성(性), 신체와 언어의 양면성을 안과 밖의 구조로 상징화했다”고 설명한다.

이밖에 작가는 부드러움, 그리움, 바람 등 사랑을 의미하는 100개의 아랍어 단어를 연결시킨 검정 브론즈 작품 ‘내가 가장 사랑하는 단어들’도 선보인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조각의 안팎으로 선 드로잉처럼 아랍 글자들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자수회화는 얼핏 추상화 같지만 포르노잡지의 에로틱한 이미지를 차용해 수를 놓고 물감을 칠했다. 자수 작품의 경우 2000년부터 이란 작가 레자 팔콘더와 협업하며 그는 “여성들이 주로 하는 바느질이란 매체를 통해 여성의 이야기를 전하고 또 상처를 보듬고 싶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작가라는 울타리를 마뜩해하진 않지만 그는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고통 받는 여성의 삶을 드러내고 예술을 통한 승화와 구원에 남다른 사명감을 드러내 보였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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