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직후 임직원 조사… 유례없는 ‘속도전’

CJ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주요 임직원과 실무진 등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전날 CJ 재무담당 성모 부사장과 경영연구소 소속 실무진 등 6∼7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이날도 소환조사를 계속했다. 검찰은 소환자들을 상대로 이재현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자산관리 실태와 해외에 개설한 특수목적법인(SPC)의 운영 현황 등을 집중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성 부사장을 포함해 이번 사건에서 CJ 일가의 재산을 관리했던 담당자들을 주요 소환 대상자로 꼽고 있다. 2007년까지 이 회장의 개인 재산 및 그룹 자금 관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전직 재무2팀장 이모 씨는 4000여 억 원의 차명 재산을 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2008년 살인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이후 성 부사장이 사건을 수습하면서 자금 관리 등을 총괄하기 시작했다. 성 부사장은 해외 연수 등으로 회사를 떠나 있다가 이 씨 사건을 계기로 귀국한 뒤 차명 재산을 관리했고, 그룹에서 실세로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가 자금 관리를 할 당시 직속 상관이었던 신모 씨도 검찰의 주요 소환 대상자다. 신 씨는 CJ 비자금을 빼돌린 국가 중 핵심으로 거론되는 홍콩의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검찰은 이 씨와 성 부사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고, 신 씨는 입국 시 통보조치를 했다.

검찰은 지난 21일 CJ본사 등의 압수수색 이후 압수물 분석과 병행해 바로 다음날 서울국세청 조사4국 압수수색과 그룹 관계자 참고인 조사를 하는 등 속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