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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5월 24일(金)
다큐감독 무어 파란만장 인생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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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부딪쳐라 세상이 답해줄 때까지 / 마이클 무어 지음, 오애리 옮김 / 교보문고

“…우리는 논픽션을 좋아하지만 허구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허구의 선거 결과로 허구의 대통령을 뽑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허구의 이유로 전쟁을 벌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전쟁에 반대합니다. 부시 대통령, 부끄러운 줄 아시오!”

2003년 3월 23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이렇게 일갈했다.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지 나흘째 되는 날이었다. 무어의 예상치 않은 발언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다큐멘터리 부문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무대를 내려온 무어는 세 마디 말을 들어야 했다. 두 가지는 커튼 뒤로 온 수상자에게 의례적으로 던지는 말이었다. 젊은 여성의 ‘샴페인 드시겠습니까?’와 젊은 남성의 ‘브레스민트(입 냄새 제거용 민트) 드릴까요?’였다.

샴페인과 브레스민트, 이 두 가지는 모든 아카데미상 수상자가 상을 받은 다음 가장 먼저 듣는 말이다. 그런데 무어는 세 번째 말까지 들었다. 화가 잔뜩 난 무대담당자가 오더니 무어의 귀에 대고 힘껏 고함을 질렀다. “미친놈!”

이 책은,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무어의 자전적 에세이다. 단언컨대, 그의 영화만큼이나 유머러스하고, 진솔하며, 감동적이다. 출생의 순간에서부터 시작하는 책은 무어의 첫 작품인 다큐영화 ‘로저와 나’가 처음으로 시사회장 스크린에 내걸리는 데서 끝난다.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무어는 1960∼1980년대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자신의 성장기와 청년기, 사회 초년병 시절을 가감 없이 펼쳐 보인다.

초등학교 때 경험했던 흑인과 동성애자에 대한 멸시와 차별, 뛰어난 학업성적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너무 많이 한다는 이유로 쫓겨난 신학교, 감자칩을 사러 갔다가 발견한 인종차별 골프클럽의 ‘링컨 연설 콘테스트’에 대한 분노, 무조건 낙태를 금하는 법으로 인해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을 뻔했던 아찔한 경험 등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무어 특유의 유머와 함께 펼쳐진다.

무어는 간단치 않은 삶에서 항상 사회의 불공평함과 부조리함을 날카롭게 느꼈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말이다. 하지만 무어는 이를 눈감고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미약하나마 할 말은 하고, 부딪칠 것은 부딪치며 살았다. 세상이 답해줄 때까지 말이다. 그 결과 무어는 다큐멘터리로 칸 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최초의 영화감독이 됐다. 또한 단순히 스타 감독이 아니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다룬 영화 ‘화씨 9/11’과 미국 의료보험의 허와 실을 드러낸 ‘식코’, 총기 소지의 위험성을 경고한 ‘볼링 포 콜럼바인’ 등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무어는 2005년 미국 ‘타임’지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선정됐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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