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행복주택’ 정책이 연착륙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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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한양대 교수·도시공학

대선공약에서 제시된 박근혜정부의 ‘행복주택’에 대한 청사진이 최근 시범사업의 형태로 가시화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7개의 행복주택 단지를 연내에 착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영상과 함께 제시된 시범단지들의 모습은 기대했던 것보다 신선한 느낌을 제공했다. 무엇보다도 20만호 행복주택 건설을 위한 첫 삽으로 무리 없는 1만호로 시작하겠다는 조심스러운 출발이 돋보인다. 지나친 연간 공급목표를 채우기 위해 시장을 교란시켰던 이명박정부의 보금자리주택보다는 불안감을 덜 안겨준다.

전반적인 시민 반응은 긍정적인 듯하다. 일단 토지비가 저렴한 철도부지나 유수지를 활용함으로써 공급비용을 낮춰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도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입지에서도 출퇴근에 지치는 도시 외곽의 대규모 공공임대주택단지가 아니라, 도심의 초역세권에 있어 양호한 접근성이 보장된다는 점 역시 무시 못할 매력 포인트다.

그럼에도 행복주택의 청사진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고민스러운 부분이 적잖다. 논란이 되고 있는 철도변 소음 문제, 유수지의 침수 문제 등은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철도 위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토지비용을 줄인다지만 한 추계치를 보면 평당 800만 원 수준으로 조성비용이 그리 녹록지 않다. 비용 문제도 얼마가 소요될지, 누가 부담할지 등이 아직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황이다. 초기 예상과 달리 건설비용이 높아진다면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그 부족분을 채워야 한다.

제시된 계획상으로는 전체 연면적의 30%를 복합용도 개발로 진행함으로써 상업·업무·숙박시설 등의 분양이나 임대를 통해 그 부족분을 채우겠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도 복합용도 시설들은 어찌 보면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시민들의 구매력의 향상되지 않는다면 복합용도 개발의 확대는 제로섬 게임일 수 있다. 이는 용산 개발이 물거품이 돼가는 가장 기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가구가 거주하게 될 단지 내에 높은 임차료를 지불할 고부가가치의 시설들이 입주하려 할지도 의문이다. 건설비용 조달 방안은 좀 더 현실적인 고민과 대안이 필요하다.

역세권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고층으로 건설되는 공공임대주택단지는 인지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성공적인 도시개발 사례인 파리의 라데팡스를 방문할 때마다 인근에 특이한 외관으로 건설된 고층 공공임대주택단지에 눈길이 머물며 마음이 착잡해진다. 독특한 외관으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지만 결국 슬럼화돼 가는 공공임대주택의 전형적인 문제점이 드러난다.

공공임대주택단지의 상태는 물리적 환경보다는 어떤 사람들이 사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쇠락하는 공공임대주택단지의 여파는 주변 지역의 쇠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인지도와 중심성이 높은 입지를 점하게 될 행복주택단지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행복주택은 도시 외곽의 공공임대주택단지에 비해 훨씬 거주민의 사회적 혼합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반값 공공임대주택만을 공급하기 위해 무리하기보다는 사업성을 높이면서도 사회적 혼합을 유도할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의 적절한 배합이 필요할 수 있다. 민간의 참여로 공공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준공공임대주택의 배합도 시도해 봄직한 대안이다.

아직은 행복주택의 건설이 주변지역과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가늠해 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정책목표 물량을 달성하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는 추진력은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시범단지의 조심스러운 출발처럼 한국형 공공보조주택의 새로운 성공작을 천천히 다듬어간다는 여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