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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5월 31일(金)
빛과 어둠… 소리·정적으로 가득 채우다
미리 본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유리창을 반투명필름으로 감싼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지난 30일 두 관람객이 빛에 따라 무지개색으로 반짝이는 한국관에서 사진 찍기에 열중하고 있다.
초여름의 열기가 뜨겁던 예년과 달리, 올해 베니스는 이상기온으로 날씨가 쌀쌀하고 비까지 내렸다. 2013년 제55회 베니스비엔날레가 30일 언론 공개를 시작으로 6월 1일 공식 개막한다. 11월 24일까지 6개월간 펼쳐진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카스텔로자르디니에 자리 잡은 한국관 안팎이 반투명필름으로 감싸졌다. 신발을 벗고 실내에 들어서면 유리창뿐 내부는 텅 비어 있다. 전시작은 어디에 있느냐고 묻고 싶을 정도다.

비오는 날이라 자연광은 약하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필름들이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며 시각을 흔든다. 바닥과 벽면 위로는 관람객의 그림자가 길게 드러난다. 오묘한 무지갯빛 스펙트럼에 적응이 될 무렵, 스피커를 통해 코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소리가 반복해 들린다. 번호표를 받아 20여 분 기다려 입장한 암실에선 완전한 어둠과 정적과 맞닥뜨리게 된다.

프랑스 현대미술센터 르콩소르시움 공동디렉터인 김승덕 씨가 커미셔너를 맡고 설치작가 김수자(56) 씨가 꾸민 한국관이 30일 언론에 공개됐다. 뉴욕 파리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를 유목민처럼 떠돌면서 작품활동 중인 김수자 씨는 해외서 더 유명한 미술작가다. 그는 알록달록한 전통 이불천을 감싸는 ‘보따리’, 자신의 몸을 상징축으로 세계 대도시 현대인의 삶을 담은 ‘바늘여인’ 및 실의 문화를 주목한 ‘실의 궤적’시리즈 등을 발표했다. 베니스비엔날레엔 1999·2005년 두 차례 본전시에 참가했고, 비엔날레 기간 중의 기획전까지 총 6회 출품했다. 커미셔너와 함께 그는 “유리창과 철골로 이뤄진 한국관에 다른 물질을 더하지 않고 건물 자체를 중시하는 작업을 추구했다”고 밝혔다.

“한국관 작품을 구상하던 지난해 여름 미국서 엄청난 허리케인을 경험했어요. 전기도 온수도 없는, 문명으로부터 단절된 채 1주일여 지내면서 문득 빛으로 한국관을 보따리처럼 감싸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완전한 어둠 속에서 관객이 자신과 몸을 지각할 수 있는 공간도 그때 구상했어요.”

반투명필름으로 유리창을 감싼 설치작품 ‘호흡:보따리’, 작가의 숨소리를 담은 9분 14초 길이의 사운드 ‘더 위빙 팩토리’와 소리와 빛을 차단한 완전한 암흑뿐의 블랙홀 같은 설치작품 ‘호흡:정전’의 3개다. 기존의 영상 설치작품에서 자연과 일상의 색을 고스란히 담아냈던 그는 이번 신작에선 빛을 반사하고 모으는 흰색과 검정 위주의 이미지를 시도했다. 인위적 연출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담아내는 그는 베니스 신작에선 다만 빛이 반사 굴절되면서 이뤄내는 오색찬란한 광채를 통해 전통옷감의 색동 같은 화려한 색감을 전시공간에 펼쳐 냈다.

베니스에 체류 중 한국관 전시를 관람한 고은 시인은 “전시장에서 마치 엄마의 몸, 자궁 속 태아와 같이 스스로가 정화된 느낌”이라고 김수자 씨의 작품에 시적 찬사를 보냈다.

베니스 = 글·사진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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