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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3년 06월 05일(水)
탈북자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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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고려대 교수·북한학

지난 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라오스에서 한국행을 기다리던 탈북 청소년 9명이 강제 북송(北送)된 사건과 관련, “정말 안타깝고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고 개탄했다. 국제사회도 강제 북송자들에 대한 신변안전을 촉구하는 한편 관련 당사국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5명의 어린이가 포함된 이번 사건은 탈북민의 인권 차원에서 다뤄야 마땅하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對北) 압박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에 강제 북송된 탈북 고아들은 장마당을 떠돌던 ‘꽃제비’로 알려지고 있다. 꽃제비란 집 없이 떠돌면서 구걸하는 유랑자를 지칭하는 북한의 속어다. 이들이 국경선을 넘는 것은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다. 이는 북한의 ‘사회주의 배급경제’가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다. 그러나 탈북 ‘꽃제비’들이 체포돼 북한으로 압송되면 전문 수용시설인 ‘구호소’에 수감돼 혹독한 구타·고문 등 인권유린 행위에 시달린다. 게다가 구호소에 있다고 해서 굶주림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구호소 담장을 넘어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하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다. 그리고 일단 탈북자가 압송되면 구타·고문·강제노동·정치범수용소 수감 등 무자비한 탄압을 자행한다. 그 실상은 최근 간행된 ‘14호 수용소 탈출’(아산정책연구원)에도 상세히 소개돼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근원적 처방보다는 미봉책으로 일관했다.

그 원인은 국내 입국 탈북자뿐만 아니라 해외 체류 탈북자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인식 부족에 있다. 중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하고 있는 해외 체류 탈북자가 10만 명 안팎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이들을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해왔다. 이번 라오스 사태 역시 현지 관계자들이 국민 보호라는 적극적인 인식만 있었어도 탈북자의 강제 북송이라는 불행은 막을 수 있었다.

이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들이 어떤 인권탄압도 받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등 인권 외교를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중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번에 북송된 5명의 어린이가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규정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을 통한 탈북 루트가 훼손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6월 말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을 ‘탈북자의 신변안전 보장 장치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신변안전 보장 장치’의 우선적인 과제는 ‘탈북자는 북한 정권의 심각한 박해 때문에 북한을 떠난 난민’이라는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들의 보호에 소요되는 제반 비용과 정착촌 건설 및 운용 비용, 자력 생존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한 산업 기반건설 소요 비용을 한국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이는 중국 정부의 부담을 경감시켜 줄 수 있는 장치다.

정부가 국내 입국 탈북자들의 정착 및 적응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탈북자의 재입북 사례는 정착 및 적응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한계는 맞춤형 자생력 프로그램의 개발, 성공 사례의 발굴을 통해 실질적인 적응력을 강화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탈북자의 신변안전과 이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수립, 추진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해야 할 당연한 책무다. 해외에 체류 중인 탈북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기본 인식 아래 그들의 안전한 탈출·정착을 돕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당당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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