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연주회는 음악을 반주삼아 수다떠는 ‘사교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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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의 생활사 / 니시하라 미노루 글, 이언숙 옮김 / 열대림

18세기 음악가 바흐는 쾨텐 궁정 악장에서 라이프치히의 성토마스교회 칸토르로 옮겼다. 기본급은 적어도 결혼식 장례식을 위한 음악 작곡과 연주 등 임시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경제적 이유가 컸다.

당시 음악가들은 작곡 연주와 더불어 효율적으로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부업을 병행했다. 당시 음악가들이 선택하는 부업은 악기나 악보 판매의 중개업이나 출판에서 악보 출판 등이었다. 베토벤의 조부는 본 궁정 악장이면서 와인 판매로 경제적 여유를 확보했다.

일본인 저자는 하이든 모차르트 리스트 베를리오즈 등 18∼19세기 음악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일화와 더불어 당대 음악회의 분위기, 티켓 가격 및 음악가의 일상과 생활을 이야기한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베토벤, 어려서부터 비포장도로를 달려 유럽 각지로 연주여행을 다녔던 모차르트, 음악비평을 개척한 슈만 등을 만날 수 있다.

상류층의 전유물이던 음악회가 부를 축적한 일반 시민까지 확산된 것은 18세기 중반이었다. 휴식시간이던 밤이 가족의 즐거움과 사교를 위한 시간으로 바뀌면서, 연극과 함께 일반인 대상의 공개연주회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독일 최초의 공개연주회의 하나가 콜레기움 뮤시쿰(대학 오케스트라)이었다.

당시엔 연주시간이 엄격히 지켜지지 않은 탓에 프로그램 첫 곡은 연주 도중 입장하는 관객의 소음 때문에 차분한 음악 감상은 무리였다. 19세기 이전의 음악회는 오후 4·5시와 7시에 시작하는 두 종류였고, 관람객의 계층이 달랐다. 상류층이 오후 7시 이후 밤시간대의 문화를 향유한 반면, 서민들은 비교적 이른 시간대의 연주회를 관람했다. 19세기 사람들은 음악회용으로 가계의 약 1% 정도를 지출했고, 티켓값은 관람객 계층별로 10배 정도 차이가 났다.

음악가들에게 음악활동의 경제적 기반은 음악회 입장료만은 아니었다. 곡을 위탁받을 경우 지불되는 위탁료, 그리고 귀족·명사에게 곡을 헌정할 경우 사례비도 적지않은 액수였다. 후원자들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베토벤은 귀족의 후원조건에 대해 나름의 교섭을 벌였다.

베토벤은 오펠스도르프 백작의 의뢰를 받아 선금을 받고 교향곡 5번을 포함해 두 곡을 작곡했으나, 후에 ‘경제적 곤궁’을 이유로 오펠스도르프 백작이 아니라 라즈모프스키 백작과 로브코비츠 백작에게 헌정했다. 이중계약을 맺은 셈이었다.

이 무렵 연주회는 음악 감상의 장이라기보다 ‘음악을 반주 삼아 수다를 떠는 사교의 장’처럼 소란스러웠다. 아예 등을 돌려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먹는 관객 때문에 음악을 끝까지 듣기가 어려웠다. 화려한 샹들리에, 성장한 관객의 의상과 손잡이 달린 안경에 관심을 두는 신흥 중산층 관객들이 급증하면서 레퍼토리도 이해하기 쉽고 가벼운 음악으로 바뀌었다. 다양한 계층의 관객을 의식하다 보니 연주회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교향곡·협주곡이나 실내악, 또 피아노 독주·즉흥 연주, 합창·독창·중창까지 모든 장르의 곡을 망라해야 했기 때문이다. 음악인들의 생생한 일화와 더불어 클래식음악의 세계가 한결 친근하고 흥미롭게 펼쳐진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