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진드기? 치명률 5% 미만 불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작은 사진 위에서부터 아래로 작은소참진드기, 털진드기, 집먼지진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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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소참진드기가 전파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가 100명으로 늘었다. 11일 오전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된 의심 환자 신고 사례는 총 100건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8건은 실제 SFTS 바이러스가 확인돼 확진환자로 판명됐고, 4명은 생존 중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SFTS가 관심을 받으면서 관련 의심 신고 사례가 늘어난 만큼 확진환자가 일본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일본에서는 최근까지 17명의 SFTS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FTS 의심 환자가 늘면서 SFTS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는 오해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적극적인 의심사례 신고와 정밀조사가 이뤄져 확진 사례가 늘어난 것일 뿐 바이러스 전파 자체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 동안은 모르고 지나쳤을 법한 유사 증상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작은소참진드기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크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작은소참진드기에 대한 불안감은 SFTS 외 다른 진드기 관련 질환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SFTS 이외에도 진드기가 전파하는 질환으로 쓰쓰가무시병, 라임병, 일본홍반열 등 수많은 감염병이 존재한다. 라임병 등 대부분의 진드기 매개 질환들은 실제 국내 확진 사례가 드물기는 하지만, 과거에도 존재했던 SFTS가 최근에야 수면 위로 드러난 만큼 이들 매개질환과 증상 또한 숙지를 하고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드기 4만 종… 대표적 질환은 쓰쓰가무시병 = 진드기는 전 세계에 약 4만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크게 참진드깃과와 좀진드깃과로 나뉘는데, 주로 크기가 좀 더 큰 참진드깃과의 진드기가 인간에 유해한 질환들을 전파한다.

하지만 대표적인 진드기 매개 질환인 쓰쓰가무시병은 좀진드깃과의 털진드기에 의해 전파되는 세균성 질환이다. 쓰쓰가무시는 ‘작고 위험한 생물’이란 뜻을 가진 일본어로, 바로 진드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8632명의 쓰쓰가무시병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감염병 환자 9만3119명 가운데 9.3%로, 전체 감염병 중 빈도수 4위를 기록할 만큼 흔한 질환이다.

주로 성묘 등을 다녀온 후 10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두통, 발열, 구토 등 증상이 나타난다. 쓰쓰가무시병은 시중의 항생제로 쉽게 치료 가능하기 때문에 치명률은 3% 이하로 높지 않다.

좀진드깃과의 또 다른 대표 주자는 집먼지진드기다. 하지만 이 진드기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아 질병 매개 수단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죽은 사체가 실내 공기 중에 떠다니며 기관지천식이나 비염 등을 일으키거나 피부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 집먼지진드기는 다습한 환경에서 왕성하게 번식하기 때문에 실내 습도를 낮추고, 이불과 소파 등을 자주 청소해 주는 것이 좋다.

◆국내 참진드기 10마리 중 9마리는 작은소참진드기 = SFTS를 비롯해 라임병, 야생토끼병, 큐열(Q-fever), 일본홍반열, 진드기매개뇌염 등 질환은 참진드깃과를 통해 전파된다. 이 가운데 최근 문제가 된 SFTS는 작은소참진드기를 통해 인체 전파가 이뤄지는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다. 용태순(환경의생물학) 세브란스 교수는 “국내 참진드기 중 90% 이상은 작은소참진드기”라며 “SFTS는 과거부터 발생했던 질환이지만 발병이 드물게 일어났기 때문에 최근에야 그 존재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작은소참진드기 개체가 무수히 많지만 이들 가운데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는 0.5% 이하이기 때문에 감염확률이 예상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8명의 확진환자 가운데 제주(3명)와 강원(2명)에서 5명의 환자가 발생하면서 작은소참진드기의 지역 특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이에 대해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제주와 강원 등 특정지역을 위험 지역이라 판단하기 이르다”고 설명했다. SFTS는 치료제가 없으나, 혈소판 수치를 높이는 등의 대증요법을 통한 우회적 치료가 가능하다고 의료계는 판단하고 있다.

◆라임병, 큐열 등 진드기 질환 무수하지만 사례 드물어 = SFTS 외 참진드기가 전파하는 라임병, 야생토끼병 등 질환은 국내 보고된 사례가 극히 드물다.

라임병은 미국에서 매년 수천 건씩 보고되지만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 처음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야생토끼병 또한 국내 감염 사례가 1건 있으나, 진드기를 통해 감염된 것은 아니고 죽은 토끼를 먹고 감염된 경우다. 라임병과 야생토끼병은 세균성 질환이기 때문에 쓰쓰가무시병과 마찬가지로 항생제로 어렵지 않게 치료 가능하다.

큐열과 일본홍반열은 지금까지 소수의 환자가 보고됐다고만 알려져 있고, 진드기매개티푸스, 진드기매개뇌염, 콜로라도진드기열, 아나플라스마증 등은 국내 환자가 발생한 기록이 아예 없다. 진드기매개뇌염, 콜로라도진드기열은 SFTS와 같이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고 나머지는 치료가 어렵지 않다. 학계에서는 전체 진드기 매개 질환의 치명률이 5% 미만이라 추정하고 있다.

용태순 교수는 “큐열 등은 발생을 해도 항생제로 쉽게 치료돼 가벼운 열병 정도로 봐 보고가 안 됐을 수 있다”며 “대부분의 진드기 매개 질환은 두통, 고열, 구토 등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숲이나 들판에 다녀온 뒤 관련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각 병원을 찾아 조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