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간부 3명 ‘이권개입 정황’ 포착

황보건설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가정보원에서 경제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현직 간부 A 씨를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A 씨를 비롯해 경제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또 다른 간부 B 씨와 C 씨가 황보건설의 각종 이권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자체조사를 통해 C 씨를 징계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검찰과 국정원에 정통한 사정 관계자 등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황보건설 대표 황보연 씨의 자금 중 일부가 국정원 직원에게 흘러간 정황을 포착하고 대가성 여부를 집중 추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국정원 간부 A 씨가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 A 씨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원세훈 전 원장이 A 씨 등을 통해 황 씨의 뒤를 봐주고 각종 공사의 이권을 딸 수 있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황 씨에게 이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주 황 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 당시 횡령 및 배임 혐의만 적시하고 뇌물 혐의는 대가성 입증 문제 때문에 영장에서 제외했다.

국정원은 최근 A 씨 등에 대한 자체조사를 진행 중이며, C 씨가 황 씨로부터 수억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확인하고 C 씨를 파면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정원은 B 씨가 황 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후 A 씨에게 상납했고 A 씨를 통해 원 전 원장에게 불법자금이 전달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의 자체 조사를 받고 있는 이들 3명은 경제업무를 주로 담당, 각종 건설업체와 관련한 정부부처 등을 오랫동안 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정원은 남재준 국정원장 취임 이후 원 전 원장 재직 당시 측근들을 중심으로 강도높은 자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황보건설 관련 비리로 국정원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