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월街의 특권의식이 美 금융위기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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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인베스투스 / 케런 호 지음, 유강은 옮김 / 이매진

왜 똑똑하다는 미국 일류대 출신의 투자은행 직원들이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주범이자 ‘루저’로 지목됐을까. 저자는 기업 분석가가 아닌 인류학자다. 책에서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듯 세밀하게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직원들의 세계관을 인류학적 시각에서 탐구했다. 이른바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의 채용과정, 직원들의 독특한 복장, 위계적인 공간, 투자은행의 건물 구조 등을 들여다본다. 1980년대 말 월스트리트의 증권 회사에서 트레이더로 일한 적이 있는 한 경제 저널리스트는 이 책에서 항상 급여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했다고 증언한다. “연말이면 그런 식으로 누가 가장 훌륭하게 일했는지, 누가 회사를 위해 가장 많은 돈을 벌었는지 저절로 구분되죠.(중략) 모든 게 이렇게 평가되니까 인생에 대해 뒤틀린 시각을 갖게 되죠.” 저자는 1주일에 110시간 이상 거의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노동시간, 해고되면 15분 안에 일터를 떠나야 하며 동시에 다시 고용되는 회전문 고용모델 등 월스트리트의 내밀한 조직문화를 파헤쳤다.

아이비리그 등 엘리트 대학에서 선발된 투자은행 직원들은 불안정한 고용 환경 속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는 자신들이 ‘최고의 두뇌’를 가졌다고 자부하게끔 훈련받는다. 저자는 특권화된 월스트리트의 조직 문화가 ‘주주 자본주의’ 등과 결합하면서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다고 말한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