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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13년 06월 14일(金)
9·11이 낳은 ‘첩보外注’ 시대… 1급 기밀 보안 무방비 노출
美 ‘스노든 폭로’로 본 민간첩보회사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외곽에는 볼티모어파크웨이와 메릴랜드 32번 도로가 겹쳐지는 지역이 있다. 반듯반듯한 사무용 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는 이곳은 언뜻 보기엔 그저 평범한 대도시 외곽의 오피스타운 같은 인상이다. 이런 겉모습만으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치열하게 첩보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장소가 바로 여기란 사실을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 연방정부와 계약을 맺고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상대로 통신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민간첩보회사(PIC·Private Intelligence Company) 수백 개가 이곳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두 개의 고속도로가 지나는 이곳에 본사를 두고 활동하고 있는 수백 개의 민간첩보회사들은 수천 개에 이르는 미국 전체 민간첩보회사들 중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 등을 통해 블랙워터, 핼리버튼 등 이른바 민간군사회사(PMC·Private Military Comapany)들이 호황을 누렸다면, 대테러전 과정에서 정보수집 및 분석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면서 이제는 민간첩보회사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전쟁 외주시대’를 넘어, 이제는 ‘첩보 외주시대’가 된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첩보회사 중 하나로 꼽히는 부즈 앨런 해밀턴의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29)이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 통신정보 수집 사실을 폭로한 후, 16개 국가정보기관은 물론 국방부 등과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기업들의 정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첩보 아웃소싱 시대 =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최근 기사에서 해외 통신감청 전문 정보기관인 NSA를 포함해 16개 국가정보기관들이 계약을 맺고 있는 외부업체가 1931개나 된다고 보도했다. 국가정보예산의 약 70%가 이들 업체에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NSA의 경우 한 해 예산이 약 80억 달러인데, 이 중 약 60억 달러가 아웃소싱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9·11테러 발생 전인 2001년 당시 정보수집 및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회사는 약 140개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중반쯤에 이르러서는 이미 수천 개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파이 포 하이어(Spy for Hire): 첩보 아웃소싱의 은밀한 세계’의 저자 팀 쇼록은 최근 인터넷매체 살롱닷컴과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말부터 국가정보기관 내에서 외주 필요성이 제기돼 오다가 9·11테러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 당시 NSA에서 이와 관련한 내부 보고서를 작성한 책임자가 바로 현 국가정보국(DNI) 국장 제임스 클래퍼였으며,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아웃소싱을 본격화한 사람이 당시 NSA 국장이었던 마이클 헤이든이었다는 것. 헤이든은 이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역임하게 된다.

◆민간첩보회사의 정체 = 미국의 민간첩보회사들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은 1969년에 설립된 SAIC이다. 직원수 약 4만5000명, 연매출 105억8000만 달러, 순이익 5900만 달러를 올린 거대 기업이다. 정보 수집, 감시, 정찰, 사이버 안보 등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NSA 등 미 정보기관들과 국방부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약 3개월간 몸담았던 부즈 앨런 해밀턴도 이 분야에서는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연매출 규모는 SAIC보다 적은 58억6000만 달러 선으로 추정된다. 영국의 이지스그룹, 글로벌 리스크 그룹, 딜리전스, 하클루이트 등도 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민간첩보회사들 중 스스로를 대국민 정보수집기관으로 밝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각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자사를 컨설팅 회사 또는 안보 전문기업, 기업정보 전문기업으로 소개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과 달리 실제로는 정부와 계약을 맺고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대국민 감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스노든의 폭로로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민간과 정부 간의 회전문 인사 = 민간첩보회사들은 정부기관들과 밀접한 업무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서로간의 인적 교류도 매우 활발하다.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제임스 클래퍼 DNI 국장은 NSA 근무를 거쳐 부즈 앨런 해밀턴에 부사장으로 스카우트됐다가 NSA로 다시 복귀한 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DNI 국장으로 임명됐다. 그의 전임자인 마이클 매코널 전 DNI 국장은 현재 부즈 앨런 해밀턴의 부회장이다.

행정부에서 나온 후 아예 민간첩보회사를 직접 차린 경우도 있다. 마이클 처토프 전 국토안보부 장관은 퇴임 후인 2009년 처토프 그룹을 설립, 옛 직장인 국토안보부와 아웃소싱 계약을 맺고 활동 중이다. 실제로 정보기관 종사자들 중 상당수가 퇴임 후 민간기업에 들어가고 있으며, 민간기업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간부들 중 몇몇은 국가기관 책임자급으로 임명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밀정보 보안의 허점 = 민간첩보회사들이 폭증하고 있다는 것은 곧 중요한 정보가 많은 민간인들에 의해 취급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외신들은 2012년 현재 미국의 비밀취급권자 491만7751명 중 약 21.6%가 민간업체 직원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1급 기밀취급자 약 140만9969명 중 34.3%에 달하는 48만3263명이 민간인이다. 스노든이 일했던 부즈 앨런 해밀턴의 경우에도 약 4분의 1이 1급 기밀취급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기밀정보를 취급하는 민간인이 많다보니 보안에 허점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제2, 제3의 스노든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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