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의 달인 ‘연암’ vs 리얼리즘의 대가 ‘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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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별 두개의 지도 /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고전평론가인 저자는 오래전부터 조선 지성사의 두 별인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의 사유와 문제의식에 천착해 왔다. 조선 실학의 두 봉우리였던 두 사람은 25년이라는 나이차가 있었더라도 한번도 만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점이 의아하다. 이 책을 통해 두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는 셈이다.

책은 다산과 연암을 주인공으로, 정조를 주연급 조연으로, ‘문체반정’과 ‘서학(천주교)’을 중심 사건으로 삼아 쓴 새로운 형식의 평전이다.

이 라이벌 평전은 2017년까지 3탄까지 계속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책은 평전이되 인물의 일대기를 따라가며 그리지 않고, 조선 후기 당대에는 물과 기름처럼 어울릴 수 없는 한 쌍이었던 두 인물의 사유와 글쓰기가 부딪치고 흩어지는 지점들을 포착한다. 다산이 리얼리즘의 대가라면 연암은 유머와 패러독스의 달인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다산과 연암의 차이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삽화 하나를 소개한다. 먼저, 다산은 말한다. ‘수령은 봉록의 많고 적음을 말해서는 안 된다’고. 그럼 봉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뭐라고 해야 하나? ‘봉록의 후함을 치하하는 자에게는 마땅히 대개가 부정한 물건이 많을 것이니 무어 기뻐할 것이 있으리오 하고, 그 박함을 근심해하는 자에게는 마땅히 요컨대 열 식구가 굶주리지는 않을 터인데 무어 근심할 것이 있으리오 라고 할 것이다.’ 크윽, 이렇게 디테일할 수가! 그럼 연암은? 양양부사를 그만두고 돌아온 후 이웃에 사는 친지들과 자리를 함께했을 때였다. 녹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연암이 말했다. ‘1만2천 냥 받았소이다.’ ‘그게 정말이오?’ ‘바다와 산의 빼어난 경치가 1만 냥 가치는 되고 녹봉이 2천 냥이니, 넉넉히 금강산 1만2천 봉과 겨룰 만하지 않겠소?’ 다들 한바탕 크게 웃었다.” (313쪽)

저자에 따르면 연암의 글은 물이고 다산의 글은 불이다. 연암은 지혜와 유머가 흘러넘치고 다산의 글은 박학과 격정이 솟구친다. 연암이 좁쌀 한 알에서 우주적 징후를 간파하고자 한다면, 다산은 세상의 모든 진리를 다 담아내겠다는 결기로 충만하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