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림받던 의사 ‘자마’ 나카, 노벨상 수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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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의 발견 / 야마나카 신야·미도리 신야 지음, 김소연 옮김 / 해나무

지난해 줄기세포 연구의 세계적 메카 중 한 곳인 일본 교토(京都)대의 야마나카 신야(山中伸) 교수가 유도만능줄기(iPS)세포를 만든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일본 언론을 도배한 단어는 ‘자마나카’였다.

방해하다, 걸리적 거리다는 뜻의 자마(邪摩)를 야마나카라는 이름에 붙여 만든 ‘자마나카’는 일본에 19번째 노벨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긴 그를 따라다닌 치욕적인 별명이었다. 의대를 졸업하고 오사카(大阪)대 병원에서 정형외과 수련의로 근무하던 시절 그가 남들이 10∼20분이면 끝내는 간단한 양성종양 적출 수술을 2시간 넘게 끌었던 탓이었다. 지도교수와 간호사 모두 기막혀했지만 가장 어이없던 사람은 수술대에 누워 있던 환자였다. 온몸은 땀에 젖고, 손은 피범벅이 된 그는 국소마취를 하고 의식을 깬 채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환자에게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를 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환자가 야마나카의 절친한 중학교 동창으로 소송으로까지 번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것이 의사 야마나카의 첫 수술이었다. 그는 그 뒤 당연히 수술 기회를 잡을 수 없었고, 결국 임상의를 포기하고 기초 연구분야로 돌아서게 된다. 연구의로 방향을 튼 데는 2년간 임상의로 일하면서 아무리 수술실력이 훌륭해도 못고치는 병이 있다는 사실도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치욕의 ‘자마나카’는 기초의학으로 길을 바꿨고 20여 년이 지난 뒤 노벨상을 받으면서 오히려 ‘좌절과 실패야말로 만능의 아버지’임을 상징하는 인물이 돼버렸다.

야마나카 교수가 쓴 이 자전적 에세이는 슈퍼맨이 아니라 오히려 남들보다 더한 실패를 겪은 한 연구자가 들려주는 좌절과 도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재봉틀 부품을 만드는 소규모 공장을 경영했던 아버지와 공장에서 일을 도왔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시계나 라디오를 분해하기 좋아했던 어린시절, 과학소설(SF)을 읽고 수학과 물리를 좋아했던 청소년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한편 임상의를 포기하고 선택한 기초과학자의 길도 그리 순탄치 않았다. 박사 후 과정을 밟기 위해 구인광고를 뒤져가며 30∼40통을 닥치는 대로 응모한 끝에 미국 글래드스턴 연구소로 유학을 떠났지만,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에 일본 내 연고가 없어 실험 쥐들을 돌보며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연구성과를 쌓아갔고, 결국 교토대로 자리를 옮겨 2006년 쥐의 iPS세포, 2007년 인간의 iPS 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한다.

이렇게 줄기세포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자 노벨 수상자가 털어놓은 자기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책은 첫 장을 열게 하지만 책으로서 밀도는 그리 높지 않다. 책은 3, 4장이 한 챕터로 이뤄졌을 정도로 얄팍하고 텍스트도 단순한 상황전달 수준을 넘지 못한데다 참으로 흔한 자기계발서 모양새도 띠고 있다. 노벨상 수상 선정 후 급히 낸 책이 아닌가 의심해 보는데, 그나마 부담 없이 읽기에 좋고, 근육, 심장, 신경, 간 등 200종이 넘는 인체세포를 만들 수 있는, 개념조차 어려운 iPS 세포와 그 연구 과정을 아주 쉽게 설명한 점은 이 책의 미덕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