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행복주택, 소규모 공동체 방식이 현실적

행복주택 사업이 가시밭길입니다. 지난 12일 열린 공청회 이후에도 시범사업지로 발표된 서울 양천구 목동, 노원구 공릉지구 주민들이 전면 반대하고 있으며, 경기 안산시 고잔지구, 서울 송파구 잠실 탄천 유수지 인근 주민들도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죠. 기존 영구임대주택과 비슷하지만 시세보다 최대 70% 싸게 공급하는 행복주택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이 수혜 대상이지만 시범사업 초기부터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로 험로를 걷고 있습니다.

올해 1만 가구 등 2017년까지 20만 가구를 공급하게 될 행복주택 사업이 ‘행복한 주택’으로 사랑받으려면 먼저 시범사업지 주민부터 설득해야 합니다. 해당 자치단체나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인 발표를 한 만큼 행복주택의 타당성에 대해 주민들을 납득시켜야 원활한 추진이 될 것입니다. 국토교통부 발표대로 행복주택이 주변 지역 및 주민들과의 친화 속에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한다면 주민들도 반대 명분이 궁색할 것입니다. 행복주택이 조화로운 공동체 주거문화를 지역사회에 형성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행복주택은 이제 시작입니다. 이에 따라 시범사업지를 얼마나 원만하게 진행하느냐에 향후 행복주택의 지속성이 달려 있습니다. 행복주택에 대한 주민의 저항은 국토부의 안일한 정책 입안과 발표에서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이제라도 실적쌓기와 땅값 없이 건축비만으로 공급하겠다는 정책 추진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주민 반발에 대해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정면 설득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시범사업 자체가 축소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국토부는 가장 먼저 주민 저항이 없는 부지 확보에 나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치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국공유지를 활용한 땅바꾸기, 공장용지의 용도변경, 미매각 국유지 개발 등을 통해 행복주택 부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현재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시행하는 나라키움 빌딩 예정부지 등도 행복주택 사업지로 포함시켜야겠지요.

이와 함께 한 군데에 대규모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지역 소량 생산 방식을 검토해야 합니다. 임대주택을 한 군데에 몰아서 짓는 방식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인 만큼 다양한 방식의 행복주택 건축 방정식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또 땅값 없이 건축비만 부담해 짓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땅값을 들이지 않겠다는 것은 기존의 유수지나 철도역사 등에 대규모로 손쉽게(?) 임대주택을 지어 실적을 쌓겠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죠. 부지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다양한 방법의 기부채납(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이나 기부, 증여 등 포함)을 활용할 필요도 있습니다. 행복주택이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로 ‘행복한 주택’이 되려면 소규모 공동체 형태로 지어 지역주민과 조화를 이루는 공급 방식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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