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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13년 06월 24일(月)
옥상 텃밭·품앗이 보육·동네극단… ‘마을공동체’ 500여개, 주민이 가족
대전시 국내 최초 ‘사회적 자본’ 조례 제정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  지난 20일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시의회 본관 옥상에 조성된 옥상 텃밭에서 인근 주부들이 재배 중인 작물들을 돌보며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대전 동구 용전동 호서어린이집에 다니는 90여 명의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은 요즘 옥상 텃밭을 가꾸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지난해 하반기 대전시로부터 1000만 원을 지원받아 100㎡ 규모로 조성된 텃밭 곳곳에는 상추, 토마토, 아욱, 고구마 등 제철 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학부모들은 매주 3차례 정도 텃밭을 찾아와서 수확도 하고 다른 학부모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웃 간의 정을 쌓고 있다.

호서어린이집 옥상 텃밭처럼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전시로부터 지원받아 지역 관공서, 다중집합시설, 복지시설, 아파트 등에 조성된 옥상 텃밭은 모두 99개소. 이들 시설은 대전시가 일상생활에 쫓겨 삭막한 도시 속에서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는 시민들이 도심 영농을 통해 좋은 이웃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역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확충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여 조성한 것들이다.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 사이의 좋은 관계’라는 뜻으로 신뢰, 배려, 나눔, 참여, 소통, 존중, 포용, 협력 등 무형의 가치를 나타낸다. 특히 사회 구성원 간에 형성된 신뢰야말로 사회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주요 원동력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로버트 퍼트넘, 프랜시스 후쿠야마 등이 제시한 개념이다.

이 같은 사회적 자본이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자치단체 행정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더불어 잘사는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와 네트워크를 만들어 지역의 중요한 성장 기반으로 삼고 지역의 사회적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시도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사회간접자본 확충이나 대규모 행사 등 ‘하드웨어’에만 집중해 왔던 지방 행정이 최근 들어 ‘사람’ ‘이웃’ ‘마을’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의미있는 변화를 일궈내고 있다.

국내에서 사회적 자본 확충에 가장 먼저 발벗고 나선 지자체는 대전시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지난해 8월 처음 사회적 자본 개념을 국내에 소개한 뒤 시의 역점 사업으로 삼았다. 대전시는 실제로 국내 최초로 지난 2월 사회적 자본 확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으며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대전시의 사회적 자본 확충 사업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선진국 진입을 위한 마지막 관문은 사회적 자본을 쌓는 일”이라고 언급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대전시의 사회적 자본 확충 지원사업은 층간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모임 지원사업, 엄마들끼리 돈을 모아 아이들의 보육을 품앗이하는 공동육아사업, 아마추어인 주민들이 마을극단을 만들어 공연하는 사회적기업 사업, 도심 외곽 농촌마을 주민들이 동네를 아름답게 꾸미는 공동벽화 그리기 사업, 마을합창단 모임 지원사업, 옥상 텃밭 가꾸기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예컨대 동구 판암2동 주공6단지 아파트 주민들은 시비 200만 원을 지원받아 층간 소음 민원 해결 모임을 만들었으며 현재 층간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모임과 함께 계도 홍보전단 제작 사업도 벌이고 있다. 중구 중촌동 주민들은 마을극단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결성해 시의 지원 아래 공동체 정신을 다지고 있다.

대전시는 7인 이상의 주민모임이나 자생적인 마을모임, 비영리 민간단체 등을 지원 대상 목표로 삼고 있다. 또 생활·문화·민주 공동체를 지향하며 주민 스스로 마을의제를 발굴, 해결하는 사업에 한해 지원한다. 특히 층간 소음, 학교폭력, 소득격차 및 교육격차 해소 등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마을 단위 모임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대전시는 올해의 경우 170개의 학습모임을 대상으로 모임당 200만 원씩을, 이와는 별개로 이들 모임이 벌이는 500만 원 규모의 소규모 사업 50개를 지원하는 데 모두 7억5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현재 대전에는 마을공동체만 해도 마을화폐, 마을병원, 마을가게, 마을도서관, 마을육아 등 67개가 형성돼 있다. 일자리와 이익을 나누는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도 120개를 육성 중이다.

박은혜(여·37) 호서어린이집 자모위원장은 “2년째 옥상 텃밭에서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어울리다 보니 서먹서먹했던 이웃 간의 벽이 금방 허물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시의 뒤를 이어 다른 지자체들과 지방의회들도 사회적 자본 확충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대전과 유사한 내용의 사회적 자본 육성 조례를 의원 발의로 상정, 통과시켰다. 이 조례는 현재 입법예고된 상태로 제주 사회의 갈등 해소와 통합, 지역 발전의 잠재역량 확충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시는 올해 모두 56곳에 마을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경기 성남시도 올해 지자체 중 처음으로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 매뉴얼을 개발, 보급 중이다.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부 교수는 “사회적 자본 형성을 위한 최소의 전략적 공간 단위인 ‘동네’에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가진 공적 공간으로 변화를 주려는 시도가 국내외에서 활발하며 대전시가 국내에서는 그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 글·사진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e-mail 김창희 기자 / 전국부 / 부장 김창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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