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歷史 날조·왜곡의 6·25

  • 문화일보
  • 입력 2013-06-2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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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논설위원

하나원에서 한국 사회 정착 교육을 받는 탈북자들이 가장 큰 충격을 받는 순간이 바로 역사 수업 시간이다. ‘북한 김일성이 정당한 이유없이 기습 공격을 감행하면서 6·25전쟁이 촉발됐다’는 사실을 접한 탈북자들은 북한 역사의 근본이 날조(捏造)됐다는 사실을 거부하고 화를 내기까지 한다. 러시아·중국 정부 비밀해제 문서들을 보기 전까지 그들을 지배해온 남한의 북침(北侵)설을 쉽게 수정하지 않는다.

북한 정치범 감옥인 14호 수용소에서 탈출한 신동혁 씨의 이야기를 다룬 ‘14호 수용소’(아산정책연구원 간) 저자인 미국 언론인 블레인 하든은 “이는 미국이 도쿄 항구를 기습공격한 후 태평양에서 2차 세계대전이 촉발됐다고 누군가가 이야기했을 때 미국인들이 보일 반응에 상응한다”고 설명한다. 목숨 걸고 탈출한 그들조차 남침(南侵)의 진실을 쉽게 인정 못하는 건, 역사 의식이 정체성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3대 세습 독재를 유지해온 비결은, 주민들의 대남(對南) 대미(對美) 적개심이다. 적개심의 출발점은 날조된 북침설이다. ‘모든 가난과 고통의 원인은, 북침을 했고 아직도 북침을 획책하는 미국과 한국에 있다’고 세뇌시키고 있다. 북한이 중국식의 개혁·개방을 망설이는 것은 외부 정보 유입으로 역사적 진실이 드러날 경우 정권 기반이 한순간에 무너지기 때문이다.

북한이 역사를 날조한 데 비해 우리 역사는 빈사 상태다. 기형적 교육제도와 종북(從北) 교사, 선동적이고 균형감각을 잃은 사이비 역사학자 등 삼두마차가 광란의 질주를 하며 근현대사를 무참하게 난도질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총 설문조사에서 청소년 23.7%가 북한이 아닌 남한·미국 등이 6·25전쟁을 일으켰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최근 안전행정부 설문조사에서 성인 35.8%, 청소년 52.7%가 ‘6·25가 몇년에 발생했는지 모른다’고 답했다는 설문조사도 나왔다.

이념 편향 교육으로 중·고교 일부 역사 교사들이 “이승만도 이완용과 같은 매국노”이고 “천안함 사건은 미국의 자작극”이라고 가르치기까지 한다. 극좌파와 종북 세력은 극단적 역사 왜곡(歪曲)으로 역사를 정치 선전물로 전락시키고 있다. 건국 대통령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저급한 동영상 ‘백년전쟁’은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부정한다. 진보 정치학계 원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건국 과정을 오늘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잘못된 역사 인식”이라고 우려할 정도다.

최근 고교생 69%가 6·25전쟁은 북침이라고 대답했다는 한 설문조사는 김정은에겐 핵실험 성공보다 더 반가운 소식으로, 오판의 빌미를 줄 수 있다. 김정은으로선 이런 추세라면 ‘미사일·핵 없이도 적화통일은 식은 죽 먹기요,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생각할는지도 모르겠다.

역사가 날조된 줄도 모른 채 허위 의식의 포로가 된 북한 주민들은 ‘역사 돌연변이’이자 ‘기형아’다. 그에 비해 우리 국민은 역사 왜곡과 교육 실종으로 ‘역사 무뇌아’를 양산하고 ‘역사 불구자’로 전락하고 있다. 안양옥 교총회장의 한국사 수능 필수 과목 지정 요구를 수용해 역사 교육 정상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날조되고 왜곡된 역사, 실종된 역사 교육을 회복하는 것이 통일교육의 첫걸음이다. 북한 핵보다 더 무서운 것이 역사 왜곡과 실종 현상이다.

csjung@munhwa.com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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