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단체 ‘부동산 명의신탁’허용…불법 온상 우려

현재 예외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부동산 명의신탁’이 종교단체에도 허용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앞으로 이를 통해 부동산실명법 규제를 회피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고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 등 의원 57명이 발의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종교단체가 소속 교단 또는 종단 명의로 부동산을 등기할 경우 명의신탁약정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 명의신탁은 종중(宗中)과 배우자에 한해 특례로 허용되고 있다.

개정안은 종교단체의 경우 소속 교단, 소속 종단 등의 명의로 등기가 이뤄지는 것이 일반화 돼 있고 탈법행위로 보여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발의됐다. 이 의원은 “부동산 실명법을 제정할 때 종교단체 부분도 검토를 해야 했다”며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어 입법 불비를 해소하기 위해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법제사법위원회 검토보고서와 소위 자료 등에 따르면 종교단체들은 상위 단체 이름으로 등기가 돼 있는 개별 종교시설 보유 부동산에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자 명의신탁임을 내세워 환급을 받았다. 그런데 스스로 명의신탁임을 밝히는 바람에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더 많은 액수의 과징금이 부과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정안 발의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개정안은 기존 특례를 폐지하자는 견해가 늘고 있는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동산실명법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명의신탁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원행정처는 개정안에 대해 “종교단체의 특례를 인정할 경우 종교단체를 빙자해 부동산실명법의 규제를 회피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종교의 자유에 따라 종교단체의 설립과 해산이 자유롭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악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불법적인 탈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소급 적용키로 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 다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에 부과된 과징금도 취소할 수 있도록 소급적용 하는 것은 특혜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큰 이견 없이 법사위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의원들이 종교계의 영향력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종교단체들은 개신교, 천주교, 불교를 합쳐 30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