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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6월 28일(金)
돈·섹스의 시대… 사랑은 심리학 아닌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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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왜 아픈가 / 에바 일루즈 지음, 김희상 옮김 / 돌베개

‘사랑의 사회학’이라는 부제대로 2009년 독일 일간지 디자이트가 선정한 ‘내일의 사유를 바꿀 사상가 12인’ 리스트에 오른 저자가 사랑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했다. 저자는 현대문화와 일상을 성찰해온 사회학자로 특히 인간 감정에 대한 연구가 전문이다.

책의 대전제는 사랑에 대한 분석의 권한은 이제 심리학에서 사회학으로 넘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사랑은 흔히 심리학이나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영역이었다. 심리학의 자장 안에 사랑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유년의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파악됐고, 그래서 사랑의 아픔은 어떤 식으로든 개인 스스로가 자초한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 감정사회학자는 사랑이야말로 사회와 제도를 반영한 것으로 현대문명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호기롭게 “마르크스가 상품을 가지고 벌인 일을 나는 낭만적 사랑의 감정에 적용하겠다”고 외친다.

저자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의 문학작품부터 기사,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올라온 고백담, 댓글들은 물론 사랑 경험자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현대의 사랑을 추적해간다.

그에 따르면 현대의 사랑은 사랑의 전통적 속성이었던 경건함, 신비스러운 후광에서 벗어났고 환상을 던져버렸다. 자본주의, 소비주의로 상징되는 현대문명과 페미니즘 등에 의해 사랑은 남녀 간 권력이 부딪히고, 성적 매력이 최고 기준이 되는 범속한 영역이 됐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1차 세계대전 이후 ‘성의 평등’과 ‘섹스의 자유’라는 두 가지 정치적 이상이 낭만적 사랑 안으로 치고 들어왔다. 이어 대중 매체가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이 결과는 무엇일까. ‘섹시함’의 완승이다. 현대인들은 더 이상 파트너를 만나는 데 규범이나, 공동체 가치 체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때 결혼의 현실적 조건으로 꼽혔던 재산, 개인과 개인 간의 감정적 소통 능력보다 섹시함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시대에 사랑에 따른 고통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자는 의외로 근본적 결론을 내린다. 아픔 없는 열정적 사랑이란 있을 수 없으며 이 아픔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존의 심리학이 강조해온 ‘상처의 치유’가 아니라 상처를 직면하라는 것이다. 책은 이처럼 사회학적 분석 틀로 사랑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을 제공한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담론과 분석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분석이 그리 새롭지는 않다. 그래서 지금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이라면 사랑이 시작돼 끝나기까지 과정을 자세히 담아낸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현대의 사랑을 좀 더 깊이 성찰하고 싶다면 알랭 바디우의 ‘사랑 예찬’을 권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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