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변덕스럽다고?… 인간답게 하는 삶의 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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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인문학 / 소영현 이하나 최기숙 지음 / 봄아필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 원작의 ‘센스 앤 센서빌리티’에서 주인공 자매는 이성과 감성의 상징적 인물이다. 절제와 침착이 몸에 밴 언니 엘리너와 달리 동생 메리앤은 거침없고 솔직하다. 사랑에 대한 상이한 태도 때문에 곧잘 언쟁도 벌인다. 두 자매가 각기 사랑하는 상대를 잃었을 때 언니는 의연한 반면, 동생은 실연 끝에 병에 걸린다. 사경을 헤매는 동생의 손을 붙들고 언니가 “너 없인 살 수가 없어, 날 떠나지마”라고 오열한다. 이성을 감정보다 우위로 여기지만 결국 감정과 별개로 존재할 수 없으며, 이성과 감성은 인간다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원소라는 이야기다.

이성에 방점이 찍히는 이성 우위의 세태라 해도 바쁜 일상과 건조한 인간관계에서 지적과 비판보다 위로와 공감을 중시하는 힐링과 멘토링이 강조되는 시대다. 이 책은 감성과 감성의 가치를, 또 감정은 더 이상 개인적인 것만은 아님을 일깨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감정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 저자들은 각기 국문학, 사학을 전공한 3명의 인문학자들이다.

이 책은 예의와 도덕과 체면이라는 말로 무장한 채 감정을 홀대하며, 감정은 변덕스럽고 믿을 수 없으며 비도덕적이어서 쉽게 표출해선 안 된다고 여겨온 현실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감정 표현을 절제하고 부정하는 가운데, 감정에 대한 몰이해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 태도로 이어졌고 또 관계가 단절되고 위계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감성적 사회비평’을 지향하는 저자들이 주제별로 이어 쓴 글들을 모았다. 영화, 소설, 뉴스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우리 시대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당대의 문제를 짚어낸다.‘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이란 인간의 감정을 열정-분노, 슬픔-공포, 위안-기대, 그리고 평온-광기 등으로 구분해 분석한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